주기자, 다음 시즌도 가나요?…SNL PD가 쩔쩔맨 질문

Է:2022-02-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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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위너 다룰 것…패자 다루면 씁쓸”
“가장 원하는 호스트, 양 후보 배우자”
“풍자 골목 생길 정도로 다양해졌으면”

안상휘 CP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끝난 뒤 SNL 첫 장면의 주인공은 위너"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밸런스 게임만 할 거예요?”
“코너들이 너무 식상해요”
“요새는 연예인 호스트편이 훨씬 재밌어요”
“모사만 하다 끝나는데 풍자 맞아요?”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대선 끝나면 SNL 사라지나요?”
“울면서 뛰쳐나간 주기자, 이거 여혐 아니에요?”
“PD님 MBTI 뭐예요?”


“여성 연대 청문회에 불려온 것 같다.” ‘SNL 코리아2’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안상휘 CP(에이스토리 제작2본부 본부장)는 인터뷰 시작부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쏟아지는 인턴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날카로운 질문은 처음”이라며 ‘허허’ 웃었다. 하지만 그의 너털웃음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인턴들이 아니었다. 대답이 나올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질문하는가 하면 풍자의 깊이가 얕다며 애청자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안 CP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역시나 밸런스 게임이었다. 배우 주현영이 정치인을 직접 인터뷰하는 ‘주기자가 간다’는 밸런스 게임을 통해 정치인들의 찐 반응을 끄집어내면서 이번 시즌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인턴기자들이 “다음 시즌에 무조건 데려가야 한다면? 주현영 vs 정상훈, 김민교, 권혁수” 질문을 던지자 안 CP는 “이런 기분이구나. 어렵다”며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안 CP는 “그래도 고른다면 후자다. 워낙 주현영을 아끼지만 기존 멤버들은 저와 함께 SNL을 만들었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갖은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했다. 이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CP의 말에 인턴기자들은 “와, 의리…”, “진짜 뭉클하다”며 크게 감동을 먹은 듯하더니, 그것도 잠시였다. 곧바로 “주 기자가 울면서 뛰쳐나간 건 여성 비하 같아요. 남자 기자라면 우는 장면은 없었을 것 같은데요?”라고 날카롭게 물었다. 안 CP는 “남자였다면 화풀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을 넣었을 텐데 그러면 남자들도 똑같이 화를 냈을 것 같다. 참 어려운 이슈다. 지금은 각 젠더가 서로를 너무 혐오하는데 저는 그 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인턴기자들을 흥분하게 했던 건 MBTI 질문이었다. 안 CP가 “인프제(INFJ)다. 사석에서 보면 조용히 웃긴 스타일”이라고 말하자 서로 자기가 맞았다며 까르르 웃었다. 인터뷰 직전 인턴들이 안 CP의 MBTI를 추론하기 위해 이 세상의 모든 논리를 끌어오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이스토리 사무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인턴기자들의 떠들썩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상휘 CP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인턴기자들이 밸런스 게임을 하자 "막상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니 대답하기가 어렵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선이 끝난 뒤 SNL ‘콜드 오프닝’의 첫 장면은 생각해뒀나.
“당연히, 이긴 분을 다룰 것이다. 패배한 쪽을 다루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초상집을 풍자하면 웃겨도 불편하다. 이긴 쪽을 다루면 대중들이 패배자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게 볼 것이다. 이긴 분을 어떻게 다룰지 아직 생각 중이다. 지금 가장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대문 앞에서 대통령이 되신 분과 그 부인이 나오는 장면이다.”
(OTT 쿠팡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SNL 시즌2에서 안 CP가 가장 공들이는 코너가 바로 ‘콜드 오프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를 등장시켜 대선을 앞둔 정치판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지금 시점에 가장 원하는 호스트는 누구인가.
“양강 후보의 배우자분들이다. 어차피 지금은 선거법상 대통령 후보가 방송에 나오는 게 불가능하다.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추문을 상당수 국민이 가십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관심의 당사자를 초대하고 싶다. 물론 섭외를 위해 물밑작업은 했지만 대선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 당선 후 두 달간 인수 기간이 있으니 그사이에 얼마든지 출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풍자의 깊이가 없고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풍자 안에는 메타포가 담긴다. 그런데 이 메타포가 너무 깊어지면 아는 사람만 웃고 즐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디테일을 이해하지만 나머지 80%는 멍하게 있게 된다. 그래서 풍자의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웃음의 기준을 잡는다. 가십만 다룬다는 지적도 있는데 다르게 보면 그 가십이 지금 사회의 화제라는 뜻이다. 만약 SNL에서 공약을 다루면 사람들이 지루해한다. 코미디라는 것은 웃음으로 승화돼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SNL 코리아의 한 장면.

-미국은 정치 풍자가 활발한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미국이랑 우리나라는 스탠스가 다르다. SNL만 해도 트럼프를 엄청나게 비판했다. 방송국이 누구를 지지하고 안 하고의 색깔이 분명하다. 미국은 보수와 진보가 백 년 넘게 나뉜 채 지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삼김(三金) 시대 야당 인사가 결국 여당 대표로 출마해 대통령이 되기도 했고 상황이 달랐다. 또 국민 정서가 연예인 같은 공인이 누굴 지지한다고 얘기하는 행위를 금기시한다. 그래서 미국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한국 스타일대로 간다. 다만 미국의 직접적인 풍자 방식은 참고한다.”

-직접적인 풍자방식은 어떤 것인가.
“미국은 풍자에 메타포를 많이 쓰지 않고 말 글대로 직접적인 대사, 행동을 많이 한다. 이번 SNL 시즌에서 출연진들이 대선주자 외모를 비슷하게 따라 한 것이 직접적인 방식 중 하나다. 과거 ‘여의도 텔레토비’는 탈을 쓰고 등장했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모사 방법을 비교해 보면 간접적 표현에서 직접적 표현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정치 풍자가 정치 혐오를 일으키진 않나.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안 좋은 면도 늘 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했다고 치면 대화를 안 하는 것이 오래갈까, 하는 것이 오래갈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혐오가 생길 수도 있지만 주기자 인터뷰 코너가 끝나면 시청자들은 공감이 갔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자기가 지지하던 후보가 부정적인 질문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보면 꼭 혐오만 남는 것은 아니다.”

-공감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공감 정도를 수치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작가 전체, 연출 전체 그리고 크루 전체랑 수시로 얘기한다. 5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의 의견을 듣고 일부가 조금이라도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뺀다. 방송 이후에는 댓글을 보면서 시청자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언론 기사를 꼼꼼히 본다. 인기 커뮤니티 반응도 수시로 챙긴다.”

-정치 풍자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내가 라면집을 개업했다고 가정해보자. 내 식당 하나만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차라리 라면 골목이 만들어지면 좋은 것 아닌가. 풍자도 마찬가지다. 풍자 골목이 생기듯 많은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사회적으로 선진화될수록 풍자가 자유로운 것 같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풍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김미진 노혜진 박채은 천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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