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10·26 사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고 내란죄로 사형당한 김재규(사진)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시작됐다. 사형 집행 45년 만이다. 김 전 부장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김 전 부장의 목적은 민주주의 회복에 있었다”며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심리로 16일 열린 김 전 부장 사건 재심 첫 공판은 김 전 부장의 동생 김정숙씨 진술로 시작됐다. 김씨는 “오빠는 최후 진술에서 10·26 혁명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태동과 국민들의 크나큰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고, 지난 45년 동안 이 말을 굳게 믿어 왔다”며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국회의원 등 김 전 부장의 명예 회복을 주장한 인사들도 이날 재판을 방청했다.
변호인단은 “10·27 불법계엄하에서 김 전 부장에 대한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두 위헌·위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마땅히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살해에 가담한 인원이 모두 체포되며 상황이 종료됐던 만큼 비상계엄이 선포될 사유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원심이 인정한 ‘내란목적살인’ ‘내란수괴미수죄’에 대해서도 “(김 전 부장의 목적은) 국헌문란이 아니었고 자유민주주의 회복이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원심에서 증거로 사용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국군보안사령부는 피고인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구타하고 전기 고문을 했다”며 “위법한 과정을 거쳐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 대해선 “기소 이후 17일 만에 (1심) 사형 선고가 났을 만큼 졸속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보안사가 불법으로 녹음한 원심(1·2심) 녹음, 원심에서 김 전 부장을 대리했던 안동일 변호사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다. 이에 검찰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다음 기일에 구체적인 입장과 입증 계획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0·27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계엄 선포 이전 북한과의 대치 상황, 계엄을 의결한 국무회의 자료, 선포 이후 12·12 사태까지 취해진 조치 등을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다음 기일은 9월 5일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유족들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지난 2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윤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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