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세 사람의 유전자를 결합해 태어난 아기 8명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치성 유전질환인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시험관 수정 기술이 실제 출산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은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을 통해 8명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시술은 산모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진행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세포 내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전체 DNA 중 미토콘드리아 DNA는 약 0.1%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중증 뇌손상, 발작, 근육위축, 심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법은 없으며 일부는 생후 며칠 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 유전된다. 이에 뉴캐슬대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뉴캐슬 병원팀은 여성의 난자 속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가 태아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부모의 난자와 정자에 제3의 여성 기증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결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핵심 유전자는 생물학적 부모에게서 물려받되 미토콘드리아만 건강한 기증 여성의 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아이는 부모에게서 99.9%의 DNA를, 나머지 0.1%는 기증 여성에게서 받게 된다.
이번에 보고된 8명은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을 받은 22가정 중 태어난 아이들로 성별은 남녀 각각 4명이다. 모든 아이는 미토콘드리아 질환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 중 두 명이 각각 간질과 부정맥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연구진은 해당 증상이 미토콘드리아 결함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이 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의 일부 세포 단계에서 병든 미토콘드리아가 일부 남아 있었지만 그 비율이 5~20% 수준으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치인 80%를 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이 시술은 영국 뉴캐슬 난임센터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법적으로 이 기술을 허용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기증 기술이 처음 논의됐을 당시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더그 턴불 뉴캐슬대 교수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곳은 세계에서 영국뿐”이라며 “최고 수준의 과학과 이를 뒷받침한 법적 기반, 국민보건서비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여덟 명이나 태어났다”고 BBC에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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