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착하다’는 수식어의 한계

Է:2025-07-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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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장


브랜딩의 시대다. 무엇을 판매하느냐 만큼이나 왜 팔게 됐는지가 중요해졌다. 왜 이 가격을 책정했는지 설득하기 위해서 가치관과 의미를 거론하는 일이 흔해졌다. 유형의 물건과 실감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무형의 가치와 즉각 확인하기 힘든 미래지향적 의미를 명분으로 삼는다. 이 모든 게 브랜딩으로 설명된다. 브랜딩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간단명료한 단어나 이미지가 필요하다. 직관적으로 핵심을 담아내는 동시에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브랜딩에 쓰이는 단어나 이미지 안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돼 있다. 브랜딩을 구축하는 이들은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기업 브랜딩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을 꼽을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누구? 배달의 민족!”이라는 위트 있는 브랜딩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했다. 2019년 배민이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딩이 역으로 비판의 빌미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배달업계에서 배민보다 더 탄탄한 브랜딩을 갖춘 기업은 찾기 힘들게 됐다. 쿠팡도 혁신적인 브랜딩을 구축한 기업이다. “고객이 와우할 때까지”와 ‘로켓배송’은 초기엔 다소 어색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집요하리만큼 꾸준하게 이어져 온 쿠팡의 브랜딩과 이를 반영한 서비스 정책은 궁극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 경험이 누적되며 편리하고 빠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갖추게 됐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배달플랫폼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고수익을 내거나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면서 성장 중이다. 잘 나가는 기업들이지만 소상공인, 소비자, 배달라이더라는 서로 다른 입장의 세 축과 얽혀있다 보니 안팎의 비판 또한 다채롭게 받고 있다. 이재명정부 들어서는 소상공인에 물리는 수수료가 핵심 이슈가 됐다. ‘수수료 상한제’가 언급되고, ‘공공배달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공공배달앱 중에는 땡겨요가 선두에 서 있다. 신한은행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지역화폐를 적극 활용하는 민관합동서비스다. 땡겨요는 ‘착한 배달앱’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수수료율 2%로 공공성을 높였고,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를 ‘착한’이라는 수식어로 설명한다.

공공성을 높이면 착한 것인가. ‘착하다’로 브랜딩한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 품질에 대해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게다가 “얼마나 착한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땡겨요가 출시한 자체배달 ‘땡배달’ 서비스를 들여다보면 “과연 착한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땡배달은 중개수수료 2%, 배달비 3300원이 기본 값이다. 이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담 수준이다. 기득권 민간기업 서비스가 착하지 않다면, 이 서비스 또한 착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애초에 ‘착한’을 브랜딩 삼은 게 2020년대 치열한 배달플랫폼 시장에서 부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신한은행 가맹점은 무료배달이라는 건 눈에 띈다. 이건 신한은행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착하다기보다 경쟁력 있는 지점이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춰주는 동시에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절묘한 한 수’를 공공배달앱으로 구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보려고 한다면 ‘착한’이라는 브랜딩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상공인도 소비자도 ‘착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 그렇다. 공공배달앱이 세련되고 노련한 성공기를 쓰길 바란다.

문수정 산업2부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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