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형이라고 생각하라

Է:2025-07-17 00:37
ϱ
ũ

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초반은 호평 일색이다. 이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호의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되면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무시할 순 없다. 그래도 그를 비판했던 보수 평론가 가운데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난 1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전통적 비토 지역인 대구·경북(55%)과 부산·울산·경남(55%)에서도 과반의 지지율을 보였다. 중도층에서는 69%, 보수층도 40%가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이유로는 진영과 이념을 넘나드는 실용주의와 행정 추진력 등이 꼽힌다. 그를 직접 대한 사람들이 꼽는 것은 소통 능력이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 대해 “의사소통이 잘 되고 아주 솔직하다. 이야기를 꾸며서 하지 않고, 듣기 거북한 말을 해도 내색하지 않고 경청한다”고 평한다. 대선 전과 후 이 대통령과 만난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만나면 즐거웠다”고, ‘조갑제TV’의 조갑제 대표도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의 소통과 관련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였다. 한 직원이 “질문을 하려니 너무 긴장된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편하게 하라. 형이라고 생각하고”라고 답했던 모습이다.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아마 대통령의 그 한마디로 경직됐던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그만큼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다.

“형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에 최근 꽂힌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떠올렸다. 조직심리학의 대가 에드거 샤인이 제시한 개념이다. 샤인은 최근 나온 ‘리더의 덕목’이라는 책에서 모든 리더십이 ‘겸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격상 겸손하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모든 요소를 눈여겨보고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를 의미한다. 겸손한 리더는 어떤 말이나 행동에도 처벌이나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하는 분위기(심리적 안전감)를 만들어낸다. 구글이 성공적인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을 가르는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4년여 진행해 얻은 가장 중요한 결론도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환자 안전 분야에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도 사실 심리적 안전감과 연관이 있다. 마취과 의사인 피터 프로노보스트는 2001년 근무하던 존스홉킨스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중심 정맥관을 삽입한 환자의 11%가 세균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손 씻기’를 비롯한 비교적 단순한 점검 목록을 도입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감염이 완전히 사라졌다. 점검 목록만 도입했다고 저절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일까.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0년 지역 모든 병원에 수술실용 점검 목록을 의무화했지만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례의 결과가 달랐던 것은 실행의 문제였고, 문화의 차이였다. 병원에는 서열과 위계질서가 엄연히 있다. 존스홉킨스 병원은 이를 깨뜨렸다.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점검 목록을 지키지 않을 때 지적할 권리가 있었다. 말뿐이 아니라 절차를 따르지 않는 모든 것을 중단시킬 권한도 주어졌다. 질책당하거나 무시당할 두려움 없이 문제와 실수를 지적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제도와 문화로 자리 잡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말 한마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제도로 뒷받침되고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