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왕벚나무동산] 양반·농노의 아들 등 다양한 군상 이야기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 ‘왕벚나무동산’을 보는 내내 관객의 시선을 떠나지 않는 것은 12개의 긴 의자다. 배우들은 이 의자를 가지고 기차역 대합실을 꾸미고 동산에 넓게 편 평상을 만들기도 하며 벽과 문으로 공간을 창출해 낸다. 의자로 만들어내는 공간의 톡특함과 기발함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4막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표가 뿌려지는 장면은 벚꽃이 흩날리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 등 배경음악은 무대언어로 적재적소에 배치돼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왕벚나무동산’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벚꽃나무’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무대는 1940년대 경북 안동으로 옮겨졌다. 러시아 농노해방령을 배경으로 빚 때문에 경매에 붙여진 벚꽃동산의 존속여부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원작은 왕벚나무동산의 지주와 농노로 치환된다. 철없는 양반 마님, 신여성, 신흥부자, 늙은 하인, 이상만 추구하는 지식인 등 다양한 군상이 등장해 서로의 이야기를 펼친다. 안동을 무대로 하기에 “여 안동에 유세 떨만한 기 있다면 바로 이기다”라는 식의 질펀한 사투리가 시종 구사된다.
‘왕벚나무동산’은 어찌 보면 관객에게는 친절하지 않다. 배우들은 대화는 하지만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엇갈리는 시선과 몸짓은 소통 부재를 상징한다. 이런 전개가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데 생경함을 주지만 주제를 표현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왕벚나무동산의 주인인 양반 권재복과 여동생 권윤애, 딸 오유정은 양반이라는 사실에 취해 현실을 외면한다. 동산은 빚더미인데다 조만간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잔치를 벌이고 고급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화려한 지난날’만 이야기 한다. 이들 밑에서 일했던 농노의 아들 천용구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지만 권씨 일가는 듣지 않는다. 결국 왕벚나무동산은 천용구에게 낙찰되고 권윤애는 비통하게 울부짖는다. 3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02-889-3561∼2).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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