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7일 새 대법관 후보로 노경필(60·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법 부장판사, 박영재(55·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숙연(56·26기) 특허법원 고법판사를 제청했다. 모두 뚜렷한 정치색은 없는 중도 성향 정통 법관으로 평가된다. 이들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대법원의 중도·보수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이 노 부장판사 등 후보자 3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모두 현직 법관이다. 대법원은 “후보자들이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통찰력과 포용력 등을 두루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되는 대법관은 이번이 7~9번째다. 퇴임을 앞둔 김 대법관과 노 대법관은 진보 성향, 이 대법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 김 대법관 후임도 현직 판사로 채워지게 됐다. 현재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는 중도·보수 8명 대 진보 5명 구도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선 진보 성향 2명이 퇴임하고 새 대법관이 임명되면 전원합의체 지형도 중도·보수로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남 해남 출신인 노 부장판사는 광주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6~201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법·행정조에서 근무하는 등 ‘헌법·행정법 대가’로 꼽힌다. 수원고법 형사1부에 있던 2020년에는 은수미 전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에서 검찰 구형보다 2배 높은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부산 출신 박 부장판사는 배정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1996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용됐다. 법원행정처 인사담당심의관·기획조정실장 등 ‘정통 행정처 코스’를 거쳤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했는데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성품도 온화하다는 평가다.
노 대법관의 후임 여성 대법관으로 제청된 이 고법판사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인천 출신인 이 고법판사는 여의도여고,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해 1991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하는 등 독특한 경력이 있다. 포항제철 근무 시절 거리집회 참석을 이유로 해고됐다가 해고 무효소송을 내기도 했다. 고려대 법대 편입 후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 전산학부 겸직 교수로 강의하는 등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22년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다. 한 부장판사는 “세 후보자 모두 중도에 가까운 정통 법관”이라며 “국회 동의 등 임명 과정에서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만히 통과될 후보자를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한주 김재환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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