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후반 이후 전북의 사회문화운동의 중심에 섰던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40여 년간 지역 사회문화운동에 대해 세밀히 기록한 글들을 모아 책을 펴냈다.
‘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모악출판사.)
이 교수는 이 책에 그동안 펼쳐온 자신의 문화학술운동에 대한 세세한 기록물들을 담았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변화를 읽다’는 이 교수가 운동적 차원에서 했던 발언들이 주를 이룬다. 가용 예산이 따로 없어 사람과 돈을 함께 모아나가며 일들을 꾸리면서 해왔던 다소 거친 주장들도 있다.
2부 ‘변혁을 꿈꾸다’에서는 공공예산을 기반으로 한 일들을 꾸려나가면서 했던 발언들과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돼, 가슴 뿌듯한 성취의 사례가 소개된다.
한 편 한 편도 가치가 있지만, 한 권으로 모으고 보니 이종민이란 개인을 통해 본 전북의 사회문화운동사라고 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책을 읽다 보면 한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개인의 의지와 열망, 헌신은 집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학술적인 연구의 대상과 대중적인 관심은 어떻게 접합될 수 있는가? 등에 관한 사유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 교수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헤맴의 노력에 관한 일지요 보고서다. 해묵은 화두요 철 지난 유행가들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한 일기와 같은 기록이다”며 “혹 지난 세월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지역에서 진행된 지역학술문화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서울 집중과 지역 소외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우리 시대의 과제”라며 “점점 내재화하는 자본 세상의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완화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한다는 요구의 당위는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영문 모르는 영문학자’의 고뇌와 노력이 이런 분야에서 참고 사항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감히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이름은 전북지역 사회문화운동 역사를 더듬다보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호남사회연구회, 지역사회학회, 전북민주화교수협의회 등의 창립 발기인으로 지역사 연구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또 ‘전북문화저널’과 ‘백제기행’ 등을 통해 지역 문화운동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전주전통문화도시추진단장을 맡아 현재의 전주한옥마을을 디자인하는데 깊이 관여했다. ‘천년전주사랑’의 산파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동학농민혁명백주년기념사업회 창립을 주도, 동학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의 반열에 올라서는 데 앞장섰다.
전북대에선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자와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문대 학장, 코어사업단장을 맡아 대학의 위상을 높이 끌어올렸다.
또 이 교수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이바지’ 장학사업을 4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해왔다. 북한어린이돕기 운동, 그리고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천인갈채상’을 제정하고 운영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후견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이 바쁜 일상중에도 ‘이종민의 음악편지 1~3’을 펴내는 등 활발한 문필 활동을 이어갔다. ‘김사인 함께 읽기’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의 저작물을 기획하여 다양한 시각의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일도 자청했다.
이런 그를 두고 김사인 시인은 ‘기이한 사람이 하나 있다’며 경탄과 경의를 동시에 표현하기도 했다.
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이 교수의 선후배와 동료들이 작지만 큰 출판기념회를 연다. 행사는 24일 오후 4시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용택 시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유휴열 화백, 박명규 서울대 명예교수, 김의수 전북대 명예교수, 왕기석 명창 등이 함께 한다. 또 천년갈채상을 수상했던 젊은 예술인 이향윤 대금연주자의 ‘청성곡’ 연주와 조장훈(장고)의 ‘삼도설장고 가락과 비나리’, 오감도(백은선·안태상·이용선)의 ‘마이웨이’, ‘연어’, ‘성주풀이’ 등의 공연도 이어진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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