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유럽 강호 독일을 무너뜨리고 2024 파리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터뜨린 선수들은 손을 붙잡고 경기장을 돌며 마치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뻐했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3대 22로 이겼다. 한국의 마지막 득점을 책임진 센터백 강경민(SK슈가글라이더즈)는 “저희 선수단에겐 지금이 금메달을 딴 것보다도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후반전 한때 상대 독일에 4점 차로 밀리기도 했지만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한국 팬들의 열띤 응원 덕이었다. 강경민은 “유럽에 나와서 ‘코리아’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독일이 아닌 저희를 모두가 응원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편이 많다는 느낌이 들다 보니까 4점이 벌어졌을 때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막판 선방 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골키퍼 박새영(삼척시청)도 “경기장에 태극기가 많아서 뭉클하고 또 뿌듯했다”며 “솔직히 포지션별 전력을 하나하나 따졌을 때 모두 안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저희가 하나로 뭉쳐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 이긴 것 같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경기 막바지에 실점을 막은 순간에 대해선 “내가 드디어 팀에 도움이 됐구나 싶었다”며 “남은 예선전도 오늘처럼 뛰고 싶다”고 전했다.
평소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터라 오늘의 승리가 더욱 값지다. 강경민은 “오늘 한국 여자 핸드볼 경기가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올림픽 구기 종목이 핸드볼만 남아서 부담도 됐는데 ‘이제 우리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경기였다”며 “남은 예선 경기에서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여자 핸드볼이 성장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위기 때마다 솔로포를 터뜨리며 해결사로 나선 맏언니 류은희(헝가리 교리)도 후배들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류은희는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서 이긴 경기여서 더 보람찼다”며 “후배들의 성장을 볼 수 있어 더 재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슬로베니아와의 경기도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며 “남은 이틀 동안 지금의 기운을 잘 이어가되 오늘의 승리에 젖어 있지 않으려 한다. 또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죽음의 A조’에 속한 한국은 슬로베니아(28일), 노르웨이(30일), 스웨덴(8월1일), 덴마크(3일) 등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상대한다. 8강 티켓은 6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 4위까지 주어진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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