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범택시 시즌 2. 요즘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다. 2021년에 방송된 모범택시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무지개운수 대표와 김도기 기사를 비롯한 몇몇 직원들이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내용이다. 시청률이 15%를 넘나들고 있다고 하니 많은 시민이 이 드라마에 호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기획 의도를 찾아봤다.
“...비정상의 정상화. 진짜 정상은 ‘비정상화’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이때, 정의(正義)의 정의(定義)가 궁금해진다. 정의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옳고 바른 길. 정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말은 곧 지금 우리 사회가 바른길로 아주 잘 가고 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쫓겨나야 마땅한 성추행 교수들이 몇 달 뒤 복직해 다시 피해 학생을 가르치고, 타인에게 평생 남을 상처를 남기고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죄를 탕감받고, 수백억을 횡령하고도 약간의 벌금과 집행유예로 평생을 부유하게 사는,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함에도 오히려 법의 보호와 사각지대 안에서 풀려나는, 피해자는 아직 용서하지 않은 가해자를 법의 이름으로 용서하고 있는, 저 이상한 뉴스들은 다 뭘까? 정말 정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공권력은 무능하다. 때로는 가해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공권력이 이러하니 정의가 바로 세워질 리 없다. 결국, 정의를 갈망하는 김도기 기사 일당(?)이 나서서 무자비한 복수로 사적 정의를 실현한다. 시민들은 이런 종류의 완벽하고 무자비한 사적 복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정의를 파괴하기도 하는 공권력에 경고를 보낸다.
그러나 법과 도덕이 구분되지 않아서 ‘피의 보복’으로 불리는 사적 복수가 허용됐던 고대사회와는 달리 현대 법치 사회에서 사적 복수는 엄연히 범죄다. 특히 우리 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복범죄에 대하여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매우 엄하게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사적 복수를 옹호하는 현상이 부쩍 늘고 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집을 찾아가 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되자 그를 돕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의 구속을 다룬 기사에 후원하겠다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많은 시민이 응원에 나선 것이 대표적 예이다.
왜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사적 보복에 나서는 사람이 생길까? 왜 이런 사적 보복을 옹호하고 때로는 영웅시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우리의 공권력이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최근 정치권에서조차 ‘공권력을 사적 복수에 이용하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시민들이 현실이 아닌 드라마 주인공의 활약에서 위안을 찾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지만, 모범택시 속 김도기 기사 일당의 사적 복수 대행 서비스는 공권력이 정의의 수호자로 바로 설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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