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처음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맞서며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 부장판사)는 7일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 등 피고인 4명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측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이 한수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봤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거부하던 한수원에게 압박을 가해 조기폐쇄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산업부는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해 특별법 제정 및 기존 법률 개정, 행정지도를 통한 한수원의 자체 조기폐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한 인허가 철회 등의 방법을 모두 검토했지만 결국 한수원이 조기폐쇄에 협조하게 만드는 방안만을 남겼다”며 “당시 한수원은 경영진의 배임,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우려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의향 제출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한수원에게 조기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토록 지시·압박했는데 이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월성1호기의 가동을 즉시 중단시키기 위해 이들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도 판단했다.
검찰은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여부·시기는 손해 규모,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한수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당시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까지 가동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고 즉시 중단이 가장 큰 손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부 관계자들은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의 회의에 수차례 참가해 평가를 조작하도록 강요했다”며 “즉시 가동 중단이라는 결과를 위해 한수원에게 압력을 행사, 한수원 이익에 반하도록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폐쇄 논의가 이뤄지기 한참 전부터 이미 월성1호기가 가동을 멈췄던 만큼 안전성 및 지역민들의 수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채희봉 전 비서관측 변호인은 “과거 서울행정법원은 ‘월성1호기의 운영 기한을 10년 연장한다’는 내용의 원안위 운영명령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또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당시 월성1호기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환경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월성1호기가 2017~2018년 당시 안전성과 지역수용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사정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에너지전환TF의 구성원으로서 탈원전 정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주무 부처로부터 보고받고 의견을 교환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수원에게 월성1호기 폐지와 관련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백운규 전 장관측 변호인도 “‘가동중단’이나 ‘즉시폐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며 “월성1호기는 2017년 5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이후 한번도 가동된적 없던 원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으로서 한수원이 가진 공공성에 비춰볼때 산업부의 지도감독권 행사는 정상적인 절차라고도 항변했다.
변호인은 “공기업은 정부가 하는 일을 대신한다. 검찰은 한수원에 대한 산업부의 지도감독권 행사가 마치 범죄를 모의하는 것과 같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짐작건대 정책 수립을 위해 TF를 만들고, 정책 실현 대상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모두 불법으로 전제해야만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성립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월성1호기는 이미 멈춰있던 원전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의사결정 이뤄진 것”이라며 “경제성 평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안전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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