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기소율 0.1%”…정말 제식구 감싸기일까? [국민적 관심사]

Է:2022-04-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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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검찰 사건 기소율 0.1%밖에 안 돼”
민주당도 수차례 검찰 개혁 근거로 주장
검찰 내부 “거짓 선동…통계의 함정” 반박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찰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 정도의 ‘내 편 감싸기’ 식으로 해서 검찰 사건 기소율이 0.1% 남짓밖에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방영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의 기소율이 0.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특권을 철폐하겠다’며 수차례 반복해 왔던 주장이다.

이인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국회에서 범죄 기소율 통계를 언급하면서 “힘없는 국민은 40%가 기소됐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은 단 0.1%만 기소됐다”고 언급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범죄에 대한 기소가 0.2%밖에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 사건 기소율 0.1%’를 검찰의 특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 사건과 일반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통계의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통계를 검찰 개혁의 근거로 삼는 것은 ‘거짓 선동’에 가깝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검사 기소율 0.1%…같은 기준 적용하면 현직 대통령은 0%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의 기소율이 0.1%라는 숫자 자체는 사실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에 낸 ‘검사 공무원 범죄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7년간 검사가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은 총 2만929건이다.

이 중 기소 혹은 불기소 처분이 된 사건은 1만8904건이고 기소된 사건은 19건이다. 기소율을 계산해보면 0.1%라는 숫자가 나온다.

지난 2015~2021년 처분된 국내 형사사건의 기소율이 32.9%인 것과 단순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이를 ‘검찰 제 식구 감싸기’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검사가 고발된 사건 대부분이 사건 당사자가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어 고발한 것이고, 이 같은 사건이 모두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기소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실제 당사자들 간 분쟁이 발생해 고발로 이어진 일반 형사사건과 검사의 공무집행과 관련한 형사사건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26일 “0.1% 숫자를 검찰 개혁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 왜곡이고, 거짓 선동”이라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현직 대통령 및 현직 대법원장의 기소율은 0%다. 그럼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경우 고발장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피고발인을 입건하고 처분을 내려야 한다. 사건을 처리한 검사에 대한 ‘불만 표출’에 가까운 사건들이 분모에 잡히다 보니 검찰 사건 기소율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앞서 2019년에는 민원인 한 명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담당 검사, 대법원장, 국회의원까지 총 352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도 자동 입건돼 검찰이 처분을 내려야 한다.

현직 대통령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수의 고발을 당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순히 기소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직권남용’으로, 결정문은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결재라인은 ‘직무유기’로 고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판사들도 순차적으로 같은 죄명으로 고발되고 대법관까지도 피의자가 된다. 검사와 판사 이름이 피의자란에 40명 정도까지 기재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이런 점을 잘 알고 계실 듯한데 반복된 주장을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설치된 검수완박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기소율이 낮은 것은 검사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판사 기소율도 0%대로 별반 다르지 않다. 2015~2018년 통계를 보면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율도 1.2%로 판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판검사 기소율이 낮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없는 범죄를 만들어 더 많이 기소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성질이 완전히 다른 영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중재 변호사는 KBS라디오에서 검사 사건 기소율이 낮은 것에 대해 “검사들이 무슨 범죄집단은 아니지 않으냐”며 “일반적으로 고소장이 접수되는 피의자들보다는 비리 범죄율이 훨씬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논란이 됐던 것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감찰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내부 사건을 더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적지 않은 검사들이 공감대를 갖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검찰이 내부 사건을 쉬쉬하면서 불기소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불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과거 사건들이 문제가 된 전례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검사 사건은 더 철저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든 검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 비리 수사를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미 설립된 상황에서 검사 사건의 낮은 기소율을 검찰 개혁의 근거로 삼는 것은 모순된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있다면 공수처가 엄정하게 수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검사 비리를 검사들이 수사하는 건 못 믿겠다고 해서 고위공직자수사처를 만들지 않았느냐”며 “형사소송법 체계를 대수술한 지 불과 1년이 지났는데 다시 바꾸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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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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