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여중생 살인에는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14세 딸의 조력이 있었다. 어린 딸은 지난달 30일 아빠가 시키는 대로 친구를 집으로 유인했고, 아빠가 친구에게 몹쓸 짓을 하는 동안 역시 시키는 대로 밖에 나가 있었다. 친구에게 직접 수면제를 추가로 먹이기도 했으며, 친구의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도 함께 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경찰 프로파일러는 이영학의 딸을 장시간 접견했다. 많은 말을 끌어내며 대화를 나눈 한상아 경장은 딸과 이영학의 관계를 ‘심리적 종속관계’라고 규정했다. 상명하복의 ‘복종관계’를 넘어서는 ‘종속’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 경장은 “딸에게 아버지 이영학은 맹목적 믿음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이 이영학에게 맞춰져 있었다.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로 인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딸은 아버지로부터 희소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아버지를 통해서만 모든 정보 및 경험 공유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책임져 왔기 때문에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고착된 상황”이라고 한 경장은 분석했다. 딸은 평소 질병 콤플렉스와 수술에 따른 잦은 결석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교유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만 소통하며 아버지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한 경장은 “친구가 있었지만 그들과 깊은 감정적 교류를 하는 건 아니었다. 범행 동기를 찾자면, 심리적 판단 능력 결여된 상태에서 독자적인 가치 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프로파일러 한상아 경장 일문일답
Q. 이영학은 평소 딸을 어떻게 대했나.
A. 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딸과 이영학은 부녀지간 이상의 심리적 종속관계였다. 단순한 복종관계가 아닌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따르는 관계다.
Q. 딸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있었나.
A. 애정은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훨씬 강했다. 아버지가 없으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좋고 나를 항상 아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Q. 범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유는.
A.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봐 그랬다고 말한다.
Q. 딸이 피해자에게 신경안정제를 추가로 더 먹인 까닭은.
A. 처음에 자기 실수로 못 먹였기 때문에 아버지와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더 먹였다고 한다.
Q. 친구가 사망했을 때 반응은.
A. 친구 사망했을 때 놀랐고 울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느끼는 놀라고 미안한 감정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아버지 행동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있었나.
A.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아끼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아버지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딸이 못 견뎌한다. 아버지는 다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아버지에게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우리 아버지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강하게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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