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고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채용된 전문강사들의 계약기간이 올여름 만료될 예정이어서 대량 실직사태가 예고된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에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2009년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으로 도입한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2009년 9월 1350명이 채용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가 늘어났다. 초등학교 영어수업이 늘고, 중학교 이상 수준별 영어수업 등 인력수요가 급증해서였다. 2013년 6100명까지 늘어났다가 현재 3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기간제 근로자 신분인 이들이 규정상 매년 학교와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한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최대 4년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기에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토록 한 기간제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4년을 넘긴 이들은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일을 계속하거나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13년 채용된 강사 1800여명은 올 8월 말 계약기간이 만료돼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신규채용 절차를 밟아 합격하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2013년 당시에도 2009년 뽑힌 1350명 가운데 526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자리위원회 ‘신문고’에도 거의 매일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하소연이 올라온다. 한 강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채용됐지만 1년마다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4년간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며 “4년 후에는 저희 의지와 관계없이 학교장 의견에 따라 채용 기회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어 “영어회화 강사는 대부분 여자 선생님인데 여성으로서 축복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재계약 기간과 맞물리면 출산 후 보육 문제로 임신 자체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강사도 신문고에 “현재 영전강 대우는 기간제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성과급이나 연금 혜택도 전혀 없다”며 “학교장 결정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돼 늘 을의 위치에서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썼다. 또 “4년을 초과하면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다른 교사들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재임용시험을 4년마다 치르는 것은 차별적인 절차”라며 “재임용 절차가 필요하다면 적격심사를 하거나 교육청에서 재배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3년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권고했던 인권위는 29일 교육부에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업무의 상시성, 제도의 지속 전망 등을 볼 때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전환 대상의 예외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2013년 고용돼 올해로 계약 연장 상한 4년을 채우는 강사들의 대규모 실직이 예상되는만큼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최근 사법부가 영어회화전문강사의 지위를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부분도 지적했다. 지난 22일 대전고법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4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이들이 계속 일한 기간이 4년을 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