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불안제의 덫… 프로포폴보다 센 약물 중독 늘어난다

Է:2012-11-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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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불안제의 덫… 프로포폴보다 센 약물 중독 늘어난다

고3인 김지은(가명·18)양은 1년 전 친구가 자살한 직후 우울증이 찾아와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병원은 김양에게 항불안제를 처방해 줬고, 그는 곧 약에 빠져들었다. 우울증은 나았지만 김양은 “약을 잃어버렸다”는 거짓말로 수차례 처방을 다시 받았다. 병원이 김양의 말을 의심해 처방을 해주지 않자 그는 거짓 증세를 호소하며 다른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김양은 14일 “약 복용 후 기억이 끊길 때도 있다”며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잘 안 돼 무척 괴롭다”고 말했다.

프로포폴보다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마약류 항불안제에 중독되는 사람이 늘면서 항불안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디아제팜, 로라제팜,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사례는 483건에 달했다. 이들 약품은 신경정신과에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이 약들은 중독성이 강해 병원에서는 서서히 복용량을 줄여 의존성을 막는 형태로 처방된다. 김양이 처방받은 약도 디아제팜이었다.

문제는 항불안제를 접한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 증세는 호전되지만 항불안제 중독에 빠진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사는 B씨(36)는 2009년 1∼6월 사이 182일에 걸쳐 병원 41곳을 찾아다니며 디아제팜 149일치를 사 모았다. 하루에 병원 6곳에서 처방받은 적도 있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A씨(49·여)는 2010년 동네 내과의원 두 곳에서 번갈아가며 알프라졸람과 디아제팜, 로라제팜 등 항불안제 285건을 처방받았다. 한 달에 많게는 33차례 처방받은 적도 있다.

중독 증세를 못 이기고 병원에서 마약류를 훔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수면마취제를 포함한 마약류 도난·분실 사고는 25건에 달했다. 2009년 29건, 2010년 27건, 지난해 32건이 발생했다. 의사, 간호사 등 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들이 자신이 투약하기 위해 훔치거나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몰래 훔쳐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4월 서울의 한 내과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자신이 투약할 목적으로 미다졸람 앰풀을 훔치다 적발됐다. 이 간호조무사는 본인이 직접 미다졸람을 주사하다 병원 관계자에게 들켰다. 같은 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위 내시경을 받겠다며 병원을 찾은 사람이 회복실에서 미다졸람 앰풀 2병을 훔쳐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한 남성이 방범용 창살을 자른 뒤 병원에 침입, 진료실 금고 안에 보관돼 있던 디아제팜 10㎎짜리 앰풀 100개를 훔쳐 달아났다. 디아제팜의 1회 투약량은 보통 2㎎ 정도로, 이 남성이 훔친 양은 500회 투약분에 달했다.

약품 부주의로 인한 파손 사고도 2009년 397건, 2010년 521건, 2011년 81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올 들어 6월까지 522건을 기록했다. 신 의원은 “중독될 수 있는 약물의 경우 병원들이 처방 내역을 서로 공유해 허위로 약을 타내는 환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남용 지적에 따라 보건 당국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마약류 사용 내역을 월별로 보고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전자태그(RFID) 사업을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에 우선 적용, 유통망을 감시할 계획이다.

정부경 김유나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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