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굿바이 ‘심은경’
한·미 관계는 129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출발점은 1882년 5월 체결된 조미(朝美)수호통상조약이다. 이 조약은 ‘제3국이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또는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에 다른 한쪽 정부는 원만한 타결을 위해 주선을 한다’ 등 14개조로 구성됐다. 이 조약에 따라 이듬해 루셔스 푸트가 특명전권공사로 부임한다. 초대 공사다. 그가 거주했던 서울 정동 덕수궁 인근 주택은 지금도 주한 미대사 관저(하비브 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 외교권이 일제에 넘어가기까지 22년간 미국은 11명의 공사를 보냈다. 그중에는 선교사인 호러스 알렌도 포함돼 있다.
첫 주한 미국 대사는 존 무초다. 그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서울에 왔다. 무초를 포함해 지금까지 주한 대사는 22명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두 나라 관계는 동맹을 뛰어넘어 혈맹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주한 미국 대사의 역할이 컸다.
필립 하비브 대사는 박정희 대통령을 압박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숨을 구했고, 제임스 릴리 대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만나 계엄령을 선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해 무력 진압을 좌절시켰다.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핵 사태로 조성된 전쟁 위기를 해소했다. 미국 정부가 대북 폭격을 검토할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북한에 보내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끝난 이후 미국 대사들은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양국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현 대사는 임기 중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의회 비준만 남겨놓고 있다. 자신의 한국이름을 따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라는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한국인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그는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온 미국 대사가 아닐까 싶다.
그가 대사로 우리나라에 온 지 3년 만인 이달 말쯤 이임할 예정이다.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이 마련한 환송 의장 행사, 대사관 직원들과의 환송 파티도 끝냈다. 그가 퇴임 후에도 한·미 관계를 더 넓고 깊게 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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