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박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을 맞은 데다 해외 공장 가동 초기 막대한 고정비 지출로 고전하고 있다. 다만 중국산 동박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등 부진 탈출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80억원, 영업손실 4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6%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료로 쓰인다.
SKC는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의 사업 부진 속에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1분기 매출 987억원, 영업손실 346억원을 기록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1분기 영업손실이 153억원으로,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판매 부진 영향이다. 고객사인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산업 둔화에 따라 재고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값싼 전기요금으로 생산 비용을 줄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각각 34.3%, 64.7%에 그쳤다. 해외 공장 가동에 필요한 고정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박 생산 단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전력비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싼 말레이시아, 헝가리 등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해외 공장 전력비는 국내보다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부진 탈출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경쟁 제품인 중국산 동박에 대해 고관세가 적용되면서다. 중국산 동박은 미국이 기존에 26%의 관세를 부과한 데 더해 최근 20%를 추가해 관세율이 46%까지 오른 상태다. 반면 한국산은 0%, 말레이시아 동박은 1%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 수익성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SKC의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0%대 수준에서 현재 50%로 상승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외 공장 가동률이 1분기 40% 중반대에서 3분기 이후 8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북미 수출 동박 대부분은 한국 혹은 대만 업체가 만든다”며 “구리에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산 동박 혹은 중국서 생산된 동박의 북미 수출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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