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열도에서 “라멘 대신 라면”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촉발된 ‘4차 한류 붐’이 일본 식탁까지 스며들었다.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서는 K푸드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식품·외식 브랜드들은 잇따라 도쿄 등에 1호점을 열고 있다. 일본에서 장기적 거점을 염두에 둔 전략적 출점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17일 이베이재팬의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내 한국 면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매운맛 스테디셀러인 ‘신라면 툼바’ ‘진라면’ ‘불닭볶음면’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5월에는 시원한 국물의 ‘보리촌 보리냉면’이 판매량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자극적인 맛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통 ‘K면식’으로 트렌드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면류뿐 아니라 김·건어물, 국류(스프) 판매량도 각각 27%, 21% 늘며 K푸드 전반에 대한 수요 확산이 뚜렷하다.
일본에서 K푸드가 유행하게 된 데는 ‘4차 한류’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1차 한류, 소녀시대와 카라 등 K팝 중심의 2차, 방탄소년단(BTS)으로 상징되는 3차를 지나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로 촉발된 4차 한류는 일본의 식품 소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공격적인 현지 마케팅에 나섰다. 농심재팬은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헬로!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연다. 도쿄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온 농심이 간사이 지방에서 팝업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대상은 지난 5월 도쿄 시부야에서 김치 팝업 ‘김치 블라스트 2025’를 열고 하루 만에 1800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디저트 부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유행한 ‘베이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글 활동’(ベ グル活動)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베이글 전문점을 찾아다니거나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베이글 원정’도 늘고 있다. 이 열풍을 주도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지난해 일본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도쿄 1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K푸드 간판도 속속 내걸리고 있다. 맘스터치는 오는 9월 도쿄 하라주쿠에 300석 규모의 일본 2호점을 열고 현지 치킨·버거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외 통틀어 최대 규모의 매장이다. 디저트 브랜드 ‘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요아정)은 최근 일본 도쿄의 중심 상권인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와 신오쿠보에 매장을 동시 출점했다. 할리스는 오사카 난바·혼마치점에 일본 한정 메뉴를 선보이며 일본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푸드가 ‘매운 라면’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체험형 콘텐츠와 협업 상품을 중심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한국이 가진 ‘건강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한류가 맞물려 일본 내 한식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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