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후 연일 상승장
상법 개정안 영향 힘입었다
與 후속 법안 박차, 기업 곤혹
주주 소통시 기업은 극복할 것
정부의 관치, 친노조 정책이
오히려 법의 칼날 위 설 수도
상법 개정안 영향 힘입었다
與 후속 법안 박차, 기업 곤혹
주주 소통시 기업은 극복할 것
정부의 관치, 친노조 정책이
오히려 법의 칼날 위 설 수도
“어어” 하며 놀라는 일이 잦아졌다. 주가 이야기다. 보유한 국장 주식들 없는 셈 친 게 몇 년째다. 그 주식들에 연일 빨간불(상승)이 들어오니 신기할 수밖에. 금리인하 기조, 추가경정예산 등 몇몇 이유가 있다. 하지만 외신 보도 등에서 보듯 지난 3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의 도화선이 된 건 분명하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법 개정안에 여권은 신이 났다. 표밭인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환호에 화색이 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임 공무원들과의 만남에서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을 꼽았다.
자신들의 ‘반기업’ DNA를 ‘대기업 개혁’으로 포장할 수 있는 건 덤이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안은 기업의 우려로 개정안에서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히 업계와 협의하겠다 했지만 말뿐이었다. 개정안 통과 후 일주일 만에 공청회를 열더니 이달 내 두 안건을 담은 2차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중이기에 기업 애로는 관심 밖이다.
기업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 꼼수 유상증자, 지배주주 이익과 그룹 몸집 불리기용으로 쓰이는 쪼개기 상장, 쥐꼬리 배당이 만연해 증시 신뢰를 떨어뜨렸다. 반면, 20년 전과 비교해 시총 상위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업체(그룹 계열사 제외)는 네이버, 셀트리온일 정도로 역동성과 혁신성은 퇴색했다.
2차, 3차 상법 개정안 예고에 기업은 좌불안석이다. 주주들의 단기 수익 추구, 무리한 배당 요구에 대규모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과거 SK㈜의 지배권을 노린 헤지펀드 소버린 사태의 재발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재벌만을 겨냥한 보검일까.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성과를 내온 저력이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로 흔들리다가도 다시 서길 반복했다. 경영진이 타성에 젖지 않고 주주와 소통해 비전을 공유한다면 개정 상법에 대한 우려도 기우로 만들 수 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연구소장은 “회사가 비전을 제시하고 신사업 확신을 주면 주주들이 표를 모아 회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도 동감한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만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건 아니다. 정부는 물가 관리를 명분으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낮게 묶어놨다. 에너지 공기업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상법 개정 후 주주들이 관치로 인한 저가 요금, 과도한 적자를 이익 침해로 간주한다면? 새 정부 취임 후 한국전력(17일 기준, 약 21%), 한국가스공사(12%) 주가 상승에 싹튼 주주 기대감을 마냥 무시할 수 있을까.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은행, 증권 등 관련 업계에 대한 팔 비틀기식 행정, 서민물가 잡겠다며 각종 식료품 가격을 낮추라는 으름장도 비일비재했다. 공익을 이유로 잠자던 주주 권익이 개정 상법 아래 깨어날지 모른다. 애국심과 무관한 외국인 주주들은 참을성이 더욱 없을 것이다.
여권이 상법 개정안 못지않게 혈안이 돼 있는 게 ‘노란봉투법’ 통과다. 사용자 범위의 원청 확대와 불법 파업에 대한 사실상의 손해배상 청구 포기가 핵심이다. 당정은 상법은 개미,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표심을 잡을 회심의 카드로 여긴다. 그런데 둘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지난 2월 조선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한화오션 측과 만났다. 3년 전 노조의 도크 무단점거에 따른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할 수 없냐고 물었다. 8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회사 관계자는 “배임 문제가 걸려 있어 (취하는) 어렵다”고 답했다. 정권 교체가 되자 한화오션은 손배 취하를 고려 중이다. 정권 눈치보기다. 하지만 개정 상법의 판이 깔린 마당에 정작 주주들이 한화오션의 입장 변화를 받아줄까. 노조 편애가 주주 반격 상황을 초래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법이란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진 않는다. 재벌 개혁을 위한 칼날은 관치 행정과 노조 편향 정책도 겨눌 수 있다. 부메랑을 예측 못 했다면 무능을 자인하는 거다. “취지는 그게 아니다”라며 상법의 잣대가 따로 논다면 주주들이 가만 있겠나. 정부가 열어젖힌 ‘주주 자본주의’는 냉혹하고 엄격하다. 주주 무서운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왔고 이를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법을 고민 좀 하고 만들든가.
고세욱 논설위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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