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항만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크레인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크레인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기대할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산 STS(Ship To Shore) 크레인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조선업 재건과 중국 견제 방안’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STS 크레인은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육상으로 옮기는 핵심 장비다.
이는 사실상 중국산 크레인 사용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해에도 중국산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막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크레인에 설치된 셀룰러 모뎀을 통해 컨테이너 출발지와 목적지를 추적해 미국의 주요 물품이 어느 나라로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산 크레인이 이른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 국토안보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ZPMC가 생산한 크레인은 미국 항만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중국산 크레인 교체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
중국 크레인 제재가 강화되면 한·미 조선 협력 강화와 맞물려 해외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크레인 제조사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를 통해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항만 크레인을 수주하고 있다. 2023년 26기, 지난해 24기의 항만 크레인을 수주했다.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단계 트랜스퍼 크레인 제작을 맡은 HJ중공업도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6단계 컨테이너 크레인 제작·설치 계약을 따낸 HD현대삼호는 싱가포르 등에서 크레인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대중 제재에 따른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단기간에 미국 항만에 설치된 모든 중국산 크레인을 철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레인을 뜯어내면 컨테이너 하역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본격화하면 크레인도 협력 분야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제작 기간을 고려하면 그에 따른 효과는 수년 뒤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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