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대중국 견제 정책이 맞물린 데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잠정 중단된 액화천연가스(LNG)의 신규 수출을 재개하고 중국 조선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은 국내 조선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에 따른 장벽 리스크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의 커먼웰스 LNG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승인했다. 현재 커먼웰스를 포함해 미국에서 기본 설계를 진행 중인 LNG 프로젝트는 22건이다. 모두 최종 투자 결정을 받으면 미국의 연간 LNG 생산량은 1억5980만t 증가하게 된다. 이는 2023년 국내 LNG 소비량(3710만4000t)의 4.31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LNG 운반선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클락슨시큐리티스에 따르면 글로벌 LNG 운반선 신규 건조 수요는 2029년까지 최대 126척에 이를 전망이다.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의 LNG 수출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신규 수주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의식한 발주사들이 국내 조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1일 중국 국적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예고했다. 제재안에는 중국 국적 해운사나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100만~15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순선박 용적 t당(선박의 총 t수에서 승무원실·기관실 등 선박 운항에 필요한 장소의 용적을 뺀 t수)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4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미국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라며 “중국 조선사에 주로 발주를 넣던 해운사들이 최근 국내 조선사에 계약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소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의 장점 중 하나가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수요를 잘 맞춰준다는 것”이라며 “미국발 수요로 LNG 운반선 위주로 제작을 하다보면 다양한 선종 대응이 어려워진다. 미국 수요에만 매몰돼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임송수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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