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며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이 문제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한 24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내용의 윤 대통령 인터뷰를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불안 문제가 너무 긴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의 협력을 미룰 수 없었다면서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했으나 WP 기사에선 빠진 부분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한·일 관계 개선을 두고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 비춰봤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는 과거사 문제든, 현안 문제든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또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의 ‘100년 전의 일’ 언급 배경에 대해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 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WP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선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는데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의 직·간접적인 여러 관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 발언만 놓고 보면 ‘무기 지원 불가’라는 과거 입장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동맹이 직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관계에 대해선 “정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무엇보다도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관련 ‘100년 전의 일’ 언급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인가 의심될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고, 수십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해 고통받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선 안 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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