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서(가명·56·여)씨는 요즘 매일매일이 답답하다. 이 찻집은 3년 전 아들과 함께 정성스레 메뉴를 개발한 덕분에 소규모 여행을 많이 하는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처럼 자리 잡았다. 경기침체 와중에도 그럭저럭 잘 버텼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몰아친 지난 2주간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썰렁하다. 일본인 손님은 완전히 끊겼다. 종로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들르던 단골손님도 확 줄었다. 피크타임에 쓰던 주방보조 아주머니를 부르지 않은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경기도 수원역 인근에서 작은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는 신은영(가명·37·여)씨는 메르스로 인해 갑작스러운 인력난을 겪어야 했다. 지난 4일 아르바이트생이 메르스에 대한 위험 때문에 잠시 일을 쉬어야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평택·동탄 등을 중심으로 경기도 전반에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던 탓인지 쉽게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지지도 않았다. 결국 남편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틀간 가게에 나와야 했다.
6월 고용 상황에 메르스 그림자가 덧씌워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 위축이 일용직과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구직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은 매달 15일이 낀 주간을 기준으로 그달의 고용 상황을 조사한다. 6월 고용률과 취업자 수는 메르스가 최대 고비에 이른 지금부터 1주일간 고용 상황으로 결정되게 된다.
지난 10일 발표된 5월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 고용 훈풍이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5월 취업자 수 증가세를 이끈 것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업종이었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부문에서 취업자 수가 회복된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문은 이번 메르스 확산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는 정확한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세월호 때와 비슷하게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메르스발 타격은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져 여행업과 관련 산업 등에 여파가 크다.
당장 임시직을 중심으로 관련 업종의 채용 공고도 줄어든 상황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전체 채용 공고를 집계한 결과 영화·공연·전시·여행가이드·뷔페·연회장 등 6개 서비스업종 채용 공고 수가 메르스 발생 이전보다 1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채용 공고가 3%가량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간제 취업자, 아르바이트 등의 취업자들은 자발적으로 일시적 실업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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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재난-기획] “너무하네요”… 도소매·음식·숙박업 ‘메르스 열병’
6월 고용 상황 최악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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