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강국’ 영국 중부의 도시 버밍엄에 국립뮤지컬센터 설립이 추진된다. 최근 ‘더 스테이지’ 등 영국 언론은 영국예술위원회, 웨스트미들랜드주, 버밍엄시, 버밍엄 히포드롬 극장, 버밍엄 시립대가 협력해 세계 최고의 뮤지컬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 협력 파트너는 언론을 통해 “국립뮤지컬센터 설립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를 육성하는 한편 웨스트미들랜드주가 창의산업의 R&D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경제 성장 및 고용 창출을 촉진하고 뮤지컬 분야에서 영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웨스트미들랜드주에서 뮤지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버밍엄 히포드롬 극장은 영국 최초로 뮤지컬 전문 부서를 설립해 ‘머큐리 뮤지컬 디벨롭먼트’ ‘뮤지컬 시어터 네트워크’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버밍엄 시립대는 소속 예술대학인 로열 버밍엄 컨서바토리에 뮤지컬 교육 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리치필드 컨설팅 회사가 국립뮤지컬센터 설립 타당성과 전망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맡아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뮤지컬은 영국에서 가장 상업화된 장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공연 횟수로는 전체 영국 극장에서 10%를 차지하지만 티켓 판매의 21%, 수익의 25%를 차지한다. 런던 웨스트엔드만 놓고 보면 뮤지컬이 공연의 51%를 차지하며 티켓 판매의 60% 이상과 수익의 61%(2억5000만파운드, 4468억원)를 차지한다.

1980년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는 상업적인 뮤지컬에 대한 공적 지원 여부로 논란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5년 초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이 작품은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제안으로 RSC(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공동제작에 나섰다.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으며 웨스트엔드에 진출했지만, 공공 예술단체가 상업적인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 성공에 따른 저작권료가 RSC에 들어와 신작 제작 등 단체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웨스트엔드로 대표되는 영국 공연계의 활력을 돋우는 순기능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RSC를 비롯해 국립극장(NT) 등 여러 공공극장이 뮤지컬 창작과 개발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공연 유통회사인 아이러브스테이지(ILOVESTAGE)를 운영하는 김준영 프로듀서는 “1980년대 이후 영국은 경제적 효과가 큰 뮤지컬 산업을 꾸준히 지원해 왔는데, 이번에 국립뮤지컬센터 설립까지 이어지게 됐다”면서 “특히 버밍엄에서 국립뮤지컬센터가 설립되는 것은 최근 영국에서 뮤지컬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뒤 시장인 런던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연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에도 대구에 창작뮤지컬 개발과 발전을 목표로 한 ‘국립뮤지컬컴플렉스’가 추진되고 있다. 국립뮤지컬컴플렉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으로, 옛 경북도청 후적지(현 대구시 산격청사)에 국립근대미술관과 함께 문화예술허브에 포함돼 설립이 논의돼 왔다. 그리고 문체부가 올들어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 타당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메타기획컨설팅에 맡기면서 가시화됐다. 오는 30일엔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연구 발표 및 뮤지컬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현장 토론회가 열린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장은 “공연시장을 이끌어온 뮤지컬은 향후 핵심 K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뮤지컬콤플렉스는 하나의 ‘시설’인 만큼 뮤지컬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적, 정책적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을 토대로 진흥위원회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뮤지컬산업진흥법은 지난 6월 김승수 의원이 재발의 한 뒤 지난 8월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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