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 앞으로 지지자들이 보낸 영치금이 사용한도액을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치금 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감자들이 음식이나 옷 등을 구입할 때 쓰는 영치금이 구속된 유명 정치인에게는 단순 생활자금이 아닌 대중적 지지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돼 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의 영치금은 4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전 대통령의 영치금 입금 계좌를 공개한 지 하루만이다.
법무부 보관금품 관리지침에 따르면 영치금은 액수와 관계없이 접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수용자가 수감 기간 중 보유할 수 있는 영치금 잔액은 4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를 넘는 금액이 영치금 계좌로 입금되면 구치소 측이 수용자 개인명의 통장을 추가로 개설해 보관한다. 석방될 경우 남은 금액은 모두 반환된다.
영치금 제도는 1950년부터 운영됐다. 애초 현금으로만 접수가 가능했는데 2006년부터 온라인 계좌송금이 가능해졌고 2020년부터는 온라인 계좌송금으로만 운영되고있다. 2019년 목포교도소의 한 교도관이 수감자 63명의 영치금 3억3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알려지며 이듬해부터 현금 운영이 폐지된 것이다.
수감자들은 영치금으로 하루 최대 2만원 한도 내에서 음식물을 살 수 있다. 옷이나 신발, 침구류 구입은 액수 제한 없이 구매가능하다. 메뉴판을 보고 구매하고 싶은 물품을 종이에 표시해 교도관들에게 제출하면 다음날 방으로 물품이 배달된다. 수감자들이 영치금으로 많이 사는 물품으론 고추장과 참기름이 꼽힌다. 가격은 1000원대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감자들의 생활자금인 영치금이 최근 윤 전 대통령 사례를 비롯해 유명 정치인들에게는 지지자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수감 생활을 했는데,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영치금이 2억 40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정 전 교수는 지난 1월 현재 복역중인 조 전 장관의 영치금 계좌를 공개하고, 영치금을 보내 준 지지자들에게 커피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이른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구속된 청년들에게 “애국전사”라며 자신의 영치금을 보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수사기관과 법원, 헌법재판소를 맞서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자극하는데 영치금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영치금을 기부해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사형수 이모씨는 2010년 “삶을 잘못 살았다”고 뉘우치며 자신의 영치금 300만원을 한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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