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술을 마시고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현배)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의 주거지에서 잠든 남편 B씨의 얼굴 부위를 베개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남편이 마시던 음료에 수면제를 몰래 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자수했다.
남편 B씨는 2012년부터 10년 간 경제생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술을 자주 마셨고, 아내 A씨에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수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남편에 대한 공포와 불만을 느꼈고, 범행 당일에도 술을 마신 남편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판결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리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양형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나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이 장기간 구금될 경우 자녀의 양육과 보호에 곤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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