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엄정 수사를 천명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하면서 청장실과 서장실은 애초부터 압수수색 대상에 넣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경찰청 차원의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라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셀프 수사’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모두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112상황실, 용산경찰서는 112상황실과 경비과, 정보과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 장소로 영장에 기재됐다.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그런데 경찰의 초기 대응 과정 및 보고·지휘체계 문제 규명 등에 필요한 용산서장실과 서울청장실은 압수수색 대상 명단에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았다. 용산구청의 경우 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과도 비교된다.
특수본이 오후 2시부터 용산서 본관 2층에 있는 112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던 사이 경찰청은 이임재 용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압수수색 대상에서는 빠지면서 112상황실 맞은편 서장실에서는 짐 정리가 진행됐다. 오후 7시쯤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용산서를 떠날 무렵 이 전 서장은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오후 11시36분에서야 김광호 서울청장한테 보고를 했다. 자택에 있던 김광호 서울청장은 자정이 지나 이튿날 오전 0시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현장 컨트롤타워 가동 시간도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력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책임 소재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용산서와 서울청 간 경비 인력 배치 결정 과정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도 청장실과 서장실 자료 확보가 필요했을 수 있다.
이에 특수본은 경찰청 차원의 특별 감찰이 진행되고 있어 서장실·청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지시로 꾸려진 특별감찰팀이 이미 감찰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강제수사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하지만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특수본이 내부 감찰을 이유로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내에 꾸려진 특별감찰팀은 경찰청 감사담당관이 팀장을 맡는다.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수본과 달리 특별감찰팀은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 전 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에 대해 업무 태만 사유로 수사 의뢰키로 했다.
김판 신지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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