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촉발한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명을 사상케 한 참사 이후 조합원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교체 여론이 고조돼 궁지에 몰렸지만, 예상을 깨고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다.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2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에 아파트 시공권을 계속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시공계약 지속 여부에 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조합원들이 압도적 찬성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정기총회에서는 현산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고 시공 계약을 유지하자는 찬성이 562표 89.2%로 반대 54표 8.4%의 10배가 넘었다. 기권·무효는 15표 2.4%로 집계됐다.
현산이 고급 마감재는 물론 수영장 등 호텔급 커뮤니티 공간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건 게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합원들은 시공사를 변경할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의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 현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산 측은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가구당 1000만원 입주지원비 지급과 특정 품목 옵션의 무상 제공, 최고급 내·외장재 사용과 함께 하자 보증기간도 1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다는 이례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입주할 때까지 추가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붕괴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지위를 지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합 측 관계자는 “현산 측이 200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조합원들에게 한푼도 떠넘기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조합원들에게 추가 혜택까지 제시한 결과”라며 “조합원들의 확고한 의사가 투표를 통해 확인된만큼 시공사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붕괴사고 당시 조합장 조모(74)씨에 대한 연임 안건도 통과됐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조합장 연임 찬반투표에서 80%에 가까운 지지를 이끌어낸 조씨는 정상적으로 조합장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학동 재개발 4구역에 앞서 3구역 조합장도 맡았던 조씨는 현재 철거업체 선정 등 재개발 과정의 비리(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경찰수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은 학동 633-3 일대 12만 6433㎡에 일반분양 1500~1600세대를 포함해 아파트 19개동 2314채와 상가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는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상당수 조합원들과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학동참사 시민대책위 등은 “시공사 계약해지와 함께 현산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현산 측의 미온적 수습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