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 이것도 모독이니?” 발 세리머니 잇단 반론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대표팀의 우승 트로피 모독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중국 축구팬들은 연일 한국 축구를 겨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내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중국 축구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 유명 축구선수들도 하는 흔한 세리머니인데 중국의 한국 축구에 대한 콤플렉스가 응집돼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30일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대표팀이 판다컵 우승 트로피를 밟는 경멸스러운 행동을 했다. 중국 축구에는 굴욕이며 선수들과 팬들이 분노했다”면서 “중국 축구 팬들은 빠른 시일 내에 중국 축구가 한국에 복수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일본 축구를 거론하며 한국 축구의 비매너를 비판했다. 시나스포츠는 “일본은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패했다”면서 “팬들은 매우 슬퍼했지만 울면서도 응원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등 경외심을 갖게 하는 행동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모든 축구팬들이 중국 축구 선수와 팬들의 분노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방콕포스트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태국과 미국 등 해외 축구팬들은 중국의 분노를 오히려 조롱한다.

‘Ta_Korat’이라는 태국 네티즌은 “중국 축구가 정말 큰 웃음 주네요. 인구 14억 명이나 되면서 그보다 훨씬 인구가 작은 한국이나 일본 축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다니. 월드컵 본선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과 일본이 자동진출하면서 어부지리로 나갔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전패했죠. 계속 패배만하는데 거기에 소금까지 뿌린 상대가 특별히 밉겠죠. 하지만 중국에 충고 하나 하죠. 경기장에서 이기세요. 그래야 존경심을 얻습니다”라고 적었다.


‘Renaissance’라는 태국 네티즌은 중국이 진정한 무례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우린 언제쯤 ‘중국, 우리 여행자들이 무례하게 행동해 사과합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ricardo’라는 태국 네티즌은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욕한다고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적었다. 중국의 중화의식을 비판한 댓글이다.

독일 네티즌 ‘Dante1000’도 한국을 옹호했다. 그는 “오, 중국은 자기들이 남을 모욕할 때는 절대 이렇게 예민하지 않지. 정말 이상한 나라야. 그리고 축하한다. 한국, 잘했어!”라고 적었다.

미국 네티즌 ‘nathanw’는 “하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모욕한 한국에 감사해 하고 있다구”라고 즐거워했다.

방콕포스트 뿐만 아니다. 폭스스포츠의 뉴스 사이트에서도 중국을 비판하고 한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Michael Vargas’라는 네티즌은 “고담 판다컵이라구!(판타컵이 작다는 표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유스컵 대회다. 즐라탄이랑 라모스도 트로피에 발 올린 건 아나?”라면서 “중국인들은 즐라탄이나 라모스가 그런 것에 반응하지 않을거야.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지”라고 비꼬았다. 중국 네티즌들이 유독 한국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지적한 것이다.

트로피에 발을 올리는 세리머니가 큰 문제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권장할 만한 세리머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토로피를 반납하거나 해당 대회에 영원히 초청받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트로피에 발을 대고 세리머니한 경우도 있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2017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팀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라커룸에서 우승컵에 발을 넣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 사진은 아직 즐라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이 사진으로 맨유가 사과를 하거나 유로파리그에서 퇴출되진 않았다.


또 21세기 최고의 수비수로 손꼽히는 세르히오 라모스 또한 2018년 5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역시 우승컵에 발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 사진 또한 라모스의 인스타그램에 여전히 게시돼 있다.


선수들만 트로피에 발을 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각광받는 루카 모드리치는 2017년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자신의 자녀를 우승컵에 넣고 사진을 찍었다. 이 또한 모드리치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즉 우승컵에 발을 대는 행위는 ‘내가 이 대회를 모욕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이 대회를 장악했다’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중국은 축구에서만큼은 콤플렉스 덩어리”라거나 “선수 한 명이 우승컵에 발을 올렸다고 우승컵을 빼앗거나 다신 초청 안 하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 “중국은 축구나 잘하자. 우승컵 모욕 같은 것에 신경은 끄고”라는 반론이 잇따르는 것이다.

U-18 한국대표팀은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2019 판다컵 4개국 초청대회에서 태국(2대1) 뉴질랜드(4대0) 중국(3대0)을 차례로 꺾고 우승했다. 개최국 중국은 뉴질랜드(0대2) 태국(0대2) 한국(0대3) 등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7골이나 내주는 졸전을 펼치며 꼴찌에 그쳤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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