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개인 시상식이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4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데피아 로스마니아르에게 아쉽게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건 윤지혜 선수가 입장을 했다. 경기장엔 애국가 대신 금메달을 딴 해당 국가의 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태극기를 단 가슴에 손을 올리고 예를 갖췄다.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들이 보였다. 그 경련은 필시 울음을 참는 것이라 직감했다. 시상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자신을 응원해 준 관중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너무나 서글프게. 종주국이긴 하나 동메달 또한 값진 것이기에 궁금증이 일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서럽게 만들었나.

"외국이고 품새가 인기 있는 종목이 아니어서 저희를 응원해 줄 사람이 있을지 몰랐어요. 하지만 도복 위에 노란 띠를 멘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저희를 열심히 응원하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자꾸 눈물이 났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태권도 품새 경기가 지나고 이튿날 지난 21일 윤지혜 선수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울었는지를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픈 상처였을까, 괜한 질문을 했다 싶어 사과의 말을 전하자 그녀는 "아니에요, 조그만 인터뷰나 사진 기사도 저희에겐 소중하답니다. 태권도 품새 종목은 비인기 종목입니다. 이런 조그만 관심 하나가 모이면 태권도 품새의 미래, 나아가 태권도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앳된 22살의 어린 선수이지만 태권도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엿보였다. 그리고 “다음 번 아시안게임에는 꼭 금메달을 따 국민들을 기쁘게 해드리겠다. 앞으로도 품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비록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실력도 정신적인 마음가짐도 국가대표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그녀가 딴 메달은 비록 동메달이지만 그녀의 가치는 금메달 그 이상의 것이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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