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하는 정구호 “전문가들이 세세하게 만든 것을 내 스타일로 포장”

Է:2017-07-03 19:53
:2017-07-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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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27일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연출…한국적인 톤 앤 매너 표현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를 연출하는 정구호. 곽경근 선임기자

“오페라 연출가로서 제 역할은 ‘동백꽃 아가씨’의 ‘톤 앤 매너(Tone & Manner)'를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적으로 각색된 만큼 걸맞는 전체 비주얼과 출연자들의 애티튜드를 조화시켜야죠.”

 패션 디자인에서 출발해 영화의 비주얼 디렉팅부터 무용 연출 및 무대 디자인으로 각광받는 디자이너 겸 연출가 정구호(52)의 또다른 도전은 오페라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오는 8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공연하는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연출, 무대 및 조명 디자인을 맡았다. 제작비 25억원이 투입되는 ‘동백꽃 아가씨’는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가 배경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조선 정조시대 양반문화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귀족 청년과 고급창녀가 양반 자체와 기생으로 바뀌는 셈이다.

 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오페라는 어떤 장르보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오페라 연출가는 각각의 전문가들이 세세하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로 완성시켜 자신만의 스타일로 포장해야 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무용 등 다른 장르를 연출할 때보다 수월하게 느껴진다”면서 “오페라계에서 내가 연출을 맡은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 또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용 분야에서 처음 작업할 때도 그런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오페라 연출에 대한 평가는 티켓 판매나 다음 오페라에 대한 러브콜 여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용이든 오페라든 그 안에만 계속 계신 분들은 기본적인 틀을 깨기 어렵다. 가끔은 나처럼 외부인이 들어가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4월 그가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를 연출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땐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연출로 임명됐다가 송승환 총감독과의 불화설 속에 8개월만에 사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조직위가 주관하는 개‧폐회식이 아니라 순수예술인 오페라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그동안 여러 인터뷰 등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무용만이 아니라 오페라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오페라 연출은 오뜨꾸뛰르(고급여성복)를 만드는 것 같아요.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가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이끄는 서막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저는 중간에 나왔지만 평창올림픽 개·폐회식도 정말 잘 되기길 바랍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이미지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시즌 티켓을 구입했을 만큼 오페라 애호가다. 개인적으로는 ‘니벨룽겐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바그너 오페라를 선호하지만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에는 좀더 친숙한 ‘라트라비아타’가 낫다고 판단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예전부터 제게 오페라 의상을 맡아줄 수 있는지 여러 차례 문의했어요. 제가 무대의상만은 하지 않는다고 거절하다가 올봄 연출까지 의뢰하면서 작업하게 됐는데요. 그동안 오페라를 연출할 기회가 생기면 파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라트라비아타’는 예전부터 한국적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조선시대 스타일로 선보일 ‘동백꽃 아가씨’는 회전무대와 LED 스크린을 활용해 특유의 미니멀하되 강렬한 무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원작은 휴식을 빼고 2시간20분이 소요되지만 이번에 휴식 없이 1시간40분으로 축약된다. 한국적인 무대지만 음악은 원작대로 이탈리아어로 진행된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변사가 등장해 중간중간 작품의 해설을 할 예정인데, 행수기생 차림의 연극배우가 나설 예정이다.

 그는 “요즘 오페라 연출을 보면 원작과 다른 시대적 배경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언어와 극중 고유명사까지 우리 말로 완전히 바꾸고 싶었지만 출연진의 연습시간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준비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면서 “비주얼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의 껄끄러운 충돌이 아니라 관객이 음악은 음악으로서 비주얼은 비주얼로서 각각 즐기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의상 등 아트디렉팅을 맡았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은 프랑스 서간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했는데, 비발디 등 바로크음악이 나온다. 내가 당시 추천한 바로크음악이 영화의 배경으로 매우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의 ‘향연’ ‘묵향’을 비롯해 무대에서 그가 보여준 미니멀한 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본식 젠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선 깨끗한 스타일에 대해 일본적이라고 해요. 저는 그런 풍토가 문제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적인 미니멀은 빈틈 없는 일본적 미니멀과 달리 비대칭적이죠. 예를 들어 달항아리 백자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품과 양반 문화가 미니멀해요. 다만 우리 스타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에 먼저 알려진 일본의 젠 스타일을 의식한 결과라고 봅니다.”

 한편 그는 ‘동백꽃 아가씨’ 이후 9월 국립무용단에서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창작무용극, 11월 승무 인간문화재인 이애주 전 서울대 교수의 공연을 연출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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