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상에 사진 여러장 있습니다
석촌호수는 어느 순간 ‘불안’의 아이콘이 됐다. 호수의 물은 줄어들며 싱크홀 논란을 일으켰고 바로 옆에 지어지고 있는 국내 최고 높이의 제2잠실롯데월드에선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랬던 석촌호수가 욕조에나 띄우던 노란 고무 오리 하나로 힐링과 즐거움을 주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큰 눈에 주황색 부리를 한 높이 16.5m짜리 초대형 노란 오리 ‘러버덕(rubber duck)’ 얘기다.
러버덕을 세계적인 힐링의 아이콘으로 만든 네덜란드의 공공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37)이 20일 한국을 찾았다. 지난 14일부터 잠실 석촌호수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서 열리는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을 보기 위해서다. 러버덕은 2007년부터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전시됐다. 한국에는 같은 날 문을 연 롯데월드몰이 공공예술 프로젝트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
21일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호프만은 “노란색은 밝고 큰 입과 눈 등 귀여운 모습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면서 “모든 연령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대대로 러버덕은 설치 직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설치 당일 반나절 만에 바람이 빠지며 부리가 물에 닿자 “목이 마르냐” “피곤한가 보다”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랐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자리했다. 관람객이 급증하자 주최 측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공식 페이스북에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는 글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러버덕의 축소판 인형은 1차 판매분 3000개가 이틀 만에 동났다. 수익금은 전액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호프만은 ‘자신의 갤러리는 공공장소’라 말하며 작품들을 공원이나 길, 물위 등에 설치한다. 일단 러버덕을 비롯해 ‘문 래빗’ ‘세마리 푸들’ 등 10m 이상의 대형 작품이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예술은 콧대가 높고 상위 계층의 사람들이 전유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저는 예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었던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제 작품을 통해 공공장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석촌호수도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다. 물의 흐름이 잔잔한 데다 360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때 부산 앞 바다도 생각했지만 파도 때문에 좌절됐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석촌호수라는 점 때문에 논쟁의 중심에 섰다. 롯데가 제2잠실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러버덕을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늘 자유로운 조건에 따라 작품을 설치한다”며 “롯데가 러버덕을 통해 얻는 것이 있겠지만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작업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네덜란드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고 홍콩에서는 쇼핑센터, 미국에선 부호들의 지원을 받는 등 각 나라마다 후원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면서 “롯데의 후원을 받았지만 전시 시점이 우연히 (롯데월드몰 개장과) 일치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에 설치된 러버덕이 가짜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석촌호수에 띄운 러버덕은 호프만이 만든게 아니라 롯데가 호프만의 이름만 빌려 한국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에 따르면 호프만은 각 나라의 환경에 맞춰 설계도를 보낸다. 바다이거나 장소의 크기에 따라 작품의 크기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각 나라는 설계도에 따라 러버덕을 만든 뒤 호프만 측 기술자들의 감수를 받는다. 한국은 물론 홍콩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지역에 전시할 때 동일하게 적용됐다.
“러버덕은 늘 모험 같아요. 물에 떠 있다 보니 전자적인 장치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야 하거든요. 터지거나 바람이 빠지는 문제가 발생할 때 좀 슬프기도 합니다. 전시가 끝난 작품은 모두 폐기합니다.”
호프먼은 러버덕의 창작 의도가 서울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물 위에 다정하게 떠있는 오리를 보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러버덕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긴장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글을 올렸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날은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며칠 전 공연장에서 일어난 사고 소식도 들었습니다. 한국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슬픈 일이 많이 벌어진 한국에 러버덕이 기쁨과 행복의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인터뷰] ‘러버덕’ 호프만 “세월호 사고가 있던 날이 내 생일… 한국의 슬픔 공감한다”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