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빅데이터와 관광산업의 만남
전라도에서 열리는 축제에 경상도 사람들은 얼마나 방문할까?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국민들은 어디로 가서 그 아픈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할까?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떤 현장학습을 원할까? 족집게처럼 소비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그 회사는 돈방석에 올라앉을 게 분명하다.
최근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성된 데이터 규모는 4.4ZB(1ZB는 1조GB)로 앞으로는 2년에 두 배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4ZB는 태블릿(128GB)에 분산 저장한 후 태블릿을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6.6배가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빅데이터는 이처럼 인터넷이나 SNS에 돌아다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내고 결과를 분석해 생성한 지식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를 예측하는 정보기술이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통점포들이 재고와 품절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 10억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면 빙과류 매출이 증가하지만 30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매출이 줄고 빙과류 대신 음료수 소비가 늘어났다. 특히 한겨울의 빙과류 매출이 봄과 여름의 빙과류 매출 규모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통점포들은 겨울철에 오히려 빙과류 재고를 확보하고 한여름에는 재고를 줄여야 한다는 의외의 결론을 얻었다.
국내 관광산업에도 사상 최초로 빅데이터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3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16개 지자체의 문화관광축제 개최 효과를 시범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지역축제와 관련한 국민들의 관광행태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SK텔레콤이 보유한 이동통신망 데이터 2200TB를 분석에 활용했다. DVD 51만장 분량의 데이터와 함께 축제기간의 매출 변동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카드사 매출정보와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도 동원됐다. 다른 통신사의 빅테이터가 반영되지는 았았으나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야간 행사 중심의 진주남강유등축제는 해가 지는 오후 6시를 기점으로 그 이후의 유동인구가 다른 시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새벽 4시까지 지속돼 한국 최고의 야간축제라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강진청자축제나 문경찻사발축제는 상대적으로 20, 30대 여성 방문객이 많아 이들을 타깃으로 값싸고 예쁜 찻사발을 판매하면 대박이 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령머드축제는 축제에 관한 온라인 버즈(Buzz)량이 SNS나 뉴스보다 블로그 혹은 온라인 카페에 집중되는 것으로 미뤄 체험활동을 선호하는 동호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함평나비축제는 경남과 부산 지역의 방문객이 평소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축제를 개최하는 지자체 등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들이다.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구멍가게가 대부분이다. 여행업계의 규모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만들어낼 능력이 부족했다. 과학적인 데이터가 없다 보니 여행의 트렌드를 읽는 것도 힘들었다. 소비자 취향과 상관없는 10년 전 그때 그 상품으로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여행사의 관광상품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이터경영 컨설턴트로 유명한 문석현 박사는 최근 발간한 ‘빅데이터 마케팅-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에서 데이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은 데이터에 답이 있다고 단언한다. 서울시가 심야버스 노선 설계 때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냈듯이 관광산업 전반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마케팅 기법이 도입되면 국내 관광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게 분명하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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