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 결과] 국정원은 탈법·위법, 檢은 견제 무기력… 흔들린 사법체계
검찰 발표 내용과 파장
간첩 사건 증거조작은 정보·공작활동으로 입수한 자료를 법치주의적 통제를 받는 재판에까지 가져다 쓰려 한 국가정보원의 탈법적 발상이 화근이 됐다. 이런 구습(舊習)을 견제해야 할 검찰은 무능을 드러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대공사건 수사 및 공판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이런 적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탈법·위법 관행 답습한 정보기관=국정원은 유우성(34)씨 재판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국내외 ‘화이트 요원’ ‘블랙 요원’ 및 외부 협조자까지 총동원했다. 주중 선양총영사관에 파견 나가 있던 이인철(49) 영사는 이들이 구한 정체불명의 문서에 대해 최소 2차례 허위 영사확인서를 떼 줬다. 영사확인서는 과거 간첩사건 재판 때도 종종 증거로 제출됐다가 허위임이 드러난 바 있다.
대공수사국 권모(52) 과장은 2012년 11월 중국 내 정보원을 통해 유씨의 출·입경기록 원본을 입수했다. 당시는 유씨가 체포되기 두 달 전으로 국정원이 그에 대한 내사를 한창 진행할 때다. 해당 문건은 발급 날짜나 발급처 관인조차 없는 첩보 수준의 자료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심에서 유씨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고, 유씨의 행적을 입증할 추가 증거가 필요해지자 국정원의 ‘작업’이 시작됐다. 이모(55) 대공수사처장과 권 과장은 국정원 사무실에서 이 영사에게 두 차례 전문을 보내 “첨부된 확인서 견본을 참조해 영사확인서를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영사는 9월 27일자로 허위 확인서를 만든 뒤 선양영사관 관인까지 찍어 국정원 본부로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영사는 이후 같은 해 12월 국정원 협조자 김모(62)씨가 수수료 4만 위안(약 740만원)을 받고 조작한 싼허변방검사참 공문에 대해서도 가짜 영사확인서를 써 줬다. 모두 국정원 본부가 암호전문을 통해 지시한 대로 움직인 것이었다.
결국 국정원은 2012년 11월 정보활동으로 입수한 최초 자료가 증거로 쓰이지 못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방위로 불법 행위에 나선 셈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국가 정보기관이 적국도 아닌 자국 정부와 법원을 속이려다 들통난 것”이라며 “정보활동과 수사·재판을 구분 못하면 양쪽 다 오염된다는 극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공안 관련 수사의 패러다임을 재점검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국정원이 뛰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받아 기소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발단 된 ‘출·입경 기록’ 위조 판정은 유보=검찰은 38일간의 수사 끝에 증거로 제출된 중국 공문서 3건 중 2건이 조작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의 위조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공문을 입수했다는 조선족 협조자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법공조 요청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답변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에 나온 국정원 직원들은 “협조자 A씨를 통해 구했다”는 진술을 반복했다고 한다. 또 A씨 행적에 대해서는 “국내에 없다. 우리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유씨 측이 재판부에 낸 중국 공문서 역시 위조됐다는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재배당해 계속 수사키로 했다. 형사2부는 유씨가 탈북자들을 상대로 불법 대북송금 사업(일명 ‘프로돈’)을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씨는 이달 중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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