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점이야? 시장이야? 정찰제는 무슨… 팍팍 깎아드려요

Է:2014-02-11 01:35
:2014-02-1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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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백화점이야? 시장이야? 정찰제는 무슨… 팍팍 깎아드려요

“495만원인데요, 2월 매장 전체 행사로 5% 할인하면 470만원이고요. 이 제품이 또 특별 프로모션 중이라서 추가 10% 더 할인돼요. 그럼 423만원에, 직원카드 빌려온 것 있으세요? 없으시면 제 명의로 추가 3% 더 해드릴게요. 그러면 410만5280원, 괜찮죠?”

9일 찾은 서울 A백화점 침대 매장. 제품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은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순식간에 정찰가격에서 85만원이 내려갔다. 직원은 심지어 “오늘 구매하시면 매니저 권한으로 조금 더 빼드리겠다”며 설득했다.

가격정찰제를 굳건히 지켜온 백화점의 높은 ‘콧대’가 많이 꺾였다. 불경기로 연간 100일 이상 세일을 해도 매출이 하락하자 백화점들이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 이런 ‘흥정’이 수시로 벌어진다.

과거에는 출시 시기별로 가격 변동이 큰 가전제품 정도만 할인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가구·생활용품·의류 등 대부분 매장에서 흥정이 오간다. 매장 측에서 먼저 가격 협상을 유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날 이 백화점 모피 매장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989만원이라 적힌 가격표를 들고 할인 여부를 묻자 직원은 익숙한 듯 “당연하다”며 계산기를 들고 왔다. 1차 흥정을 거쳐 890만원으로, 한 번 더 조르니 863만원으로 내려갔다. 주부 최정숙(52)씨는 “백화점은 가격정찰제라 사기당할 염려 없이 믿고 사는 곳이었는데 그동안 안 깎은 내가 바보였나 싶다”고 말했다.

교체 주기가 짧은 가전제품 매장은 ‘시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1일 서울 B백화점 가전제품 매장. 직원은 “냉장고 TV 세탁기를 모두 사면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권했다. 총 560만원어치를 골라 세 차례에 걸쳐 흥정했다. 직원이 내민 최종 가격은 423만원이다. 말 몇 마디에 137만원이 깎였다. 직원은 “설 연휴가 끝나면 다시 가격이 오를 테니 일단 결제를 하고 가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9일 다시 이 매장을 찾았을 때는 말이 달라져 있었다. 직원은 “오늘 ‘대박’ 할인행사가 있다”며 “상품권으로 사면 더 싼데, 지금 상품권이 없으면 저희가 직접 사서 처리해 드릴 수도 있다”고 했다. 상품권 매매 노점을 통한 ‘에누리 기법’을 아예 직원들이 권하고 있었다.

이불 냄비 등 생필품 매장도 예외 없이 흥정이 가능했다. A백화점의 혼수이불 업체 직원은 “깎아주실 수 있죠?”라고 묻자 “당연히 알아서 잘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재래시장 ‘흥정의 달인’들에게서 들을 법한 말투였다. 이 업체는 전국에 매장을 두고 가격정찰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전에 없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신세계 백화점은 사상 처음 순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0.9%, 0.6%(광주점 제외) 감소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결정권은 각 제조업체가 갖고 있어서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재량으로 깎아주는 걸 막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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