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시들… 요즘은 인문학
돈만 내면 한 줄 프로필을 쉽게 얻어간다던 대학 ‘최고위 과정’이 변하고 있다. 사업 확장이나 영업에 도움이 되는 경제·경영 분야 최고위 과정이 한때 폭발적으로 생겨났지만 요즘은 인기가 시들해졌다. 반면 인문학이나 문화 등 비(非)상경계열 최고위 과정은 꾸준히 지원자가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학기당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걸고 대학들이 앞 다퉈 최고위 과정을 설치했다.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전문가 최고위 과정에 학생으로 등록했고 대학들은 모집 안내 책자에 “○○○ 회장이 다니는 최고위 과정”이라며 홍보했다.
2000년대 중반에 인기를 끈 건 ‘부동산’과 ‘골프’ 최고위 과정이다. 건국대 한양대 아주대 세종대 등 주요 사립대학이 ‘부동산 최고위 과정’을 신설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경기대와 한양대의 ‘골프 최고위 과정’은 이미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이들이 다시 찾는 만남의 장(場)이 됐다. 당시에는 최고경영자들이 유명 골퍼에게 강습받는 과정 등이 포함돼 말 그대로 골프 치면서 친목 다지는 사교모임인 셈이었다.
하지만 10년이 훌쩍 지나면서 최고위 과정을 찾는 이들보다 공급이 많아졌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된 최고위 과정 입학 요건은 점점 완화됐다.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면접을 통해서 쉽게 ‘최고위 과정 수료’라는 프로필 한 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서울 유명 사립대 관계자는 17일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자격 요건도 완화돼 학교에서 먼저 유명 인사를 학생으로 영입하며 학비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로 지역 법조계 인사들이 ‘영입’ 대상이다.
최근에는 ‘통섭형 인재’ 바람이 불면서 인문학이나 문화 관련 최고위 과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개설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최고위 과정(AFP)’은 학기마다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초과하고 있다. 서울대는 2011년부터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위 인문학 과정도 운영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비(非)전문가 대상의 ‘문헌지식정보 최고위 과정’도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문화예술 최고위 과정 역시 요즘 ‘잘 나가는’ 과정 중 하나다. 오승연 주임교수는 “문화예술 명사의 강연을 직접 접할 수 있어서 경쟁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인맥을 쌓는 목적보다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갖고 싶어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나 친교 모임으로 이어지는 남성 위주의 기존 커리큘럼을 꺼리는 여성 지원자가 많아 전체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위 과정을 ‘사교’ 수단으로 여기고 지원하는 이들도 많다. 오 교수는 “면접 때 금융 상품 판매 등 사업 수단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지 유심히 본다”고 귀띔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보험 영업을 하거나 여행사 등을 운영하는 이들은 서류에서 거르거나 면접을 깐깐히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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