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영상만 봤는데도 추천된 정치 유튜버. 유튜브를 보면서 정치와 신앙을 절대화하게 된 교인. 하지만 기독교인을 위한 미디어 분별 훈련은 부재한 상황이다.
국민일보는 창간기획 ‘신앙과 유튜브 알고리즘’ 마지막회로 신앙 공동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가능성을 모색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뉴스와 영상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정보의 출처·의도·맥락을 구분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대, 알고리즘을 떠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디어를 분별하는 사고의 근육이 신앙의 영역에서도 요구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공교육의 핵심 과제로 제도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2016년 국가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핵심 역량으로 포함시켰고, 캐나다와 호주 역시 초·중등 교과과정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픈소사이어티연구소(OSI)가 발표한 2023년 기준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에서 핀란드는 74점으로 47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캐나다와 호주는 각각 7위와 10위였으며, 한국은 16위에 머물렀다.
제도적 대응에서 주요국과 차이가 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책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률을 통해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법률 없이 부처별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환경은 플랫폼 이용 방식을 넘어 이용자의 사고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텍스트를 읽고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이미 결론과 감정이 가공된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취향의 변화라기보다 판단 과정이 생략되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종교 영역은 특히 취약해질 수 있다. 불확실한 현실 앞에서 빠른 해답과 명확한 확신을 원하는 심리가 신앙 영역에서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신행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를 ‘인지적 종결 욕구’로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선악이나 신의 뜻과 사탄의 계략 같은 단순한 구도로 제시할수록 사고는 멈추고 확신만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영상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사람들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인 아신대 교육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글을 읽는 행위는 의미를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고도의 인지 과정이지만 영상은 생각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끝까지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기독교는 본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책의 종교인데 성경 본문 대신 은혜로운 유튜브 영상 하나로 신앙을 대체하려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알고리즘의 문제가 신앙이 전승되는 방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신학 교육 현장도 반응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총장 박경수)는 2018년 교양학 과정에 미디어트랙과 ‘저널리즘의 이해’ 수업을 신설했다. 유튜브 영상 대신 신문 기사, 포털 대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기사 원문을 읽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보수·진보 매체의 보도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이다. 장신대는 내년부터 수업명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로 바꿔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회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된다.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2022년부터 미디어 관련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계 IT 기업 컴스코어 한국 대표인 황갑신 권사가 강사로 나서고 있으며 강의마다 150명 이상이 참여한다.
그간 특강은 ‘AI 선교 아카데미’ ‘AI 선교 크리에이티브’ 등의 이름으로 신기술 이해와 활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교회는 미디어 환경이 신앙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오는 20일 ‘미디어와 AI 윤리’를 주제로 한 강의를 새롭게 마련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성찰하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텍스트 기반의 읽기 훈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문은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23년 차 국어교사이자 '육각형 신문 기사 읽기' 저자인 배혜림 경남 밀양고 교사는 수업에서 신문 기사를 교재로 활용한다. 그는 "신문은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보기 싫은 정보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입장과 다른 시각을 피하지 않고 읽도록 훈련하기에 적합한 매체"라고 설명했다. 배 교사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정보만 골라 주지만 신문은 한 지면 안에 여러 쟁점과 맥락을 함께 담는다"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정보를 비교하며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 평론가이자 '넷플릭스가 삼킨 기독교' 저자인 홍광수 목사는 이런 시도를 '에코 체임버'를 깨는 훈련으로 본다. 에코 체임버는 반향실로 번역되며,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해 그 신념이 증폭되고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홍 목사는 "알고리즘은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성숙한 신앙은 본질적으로 나와 다른 목소리를 견디는 힘을 포함한다"며 "신앙 공동체는 그 불편함을 감당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
▶[신앙과 유튜브 알고리즘] ① 알고리즘이 데려간 곳
▶[신앙과 유튜브 알고리즘] ② 계엄이 키운 기독정치 유튜버
▶[신앙과 유튜브 알고리즘] ③ 분열 강화하는 유튜브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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