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관련 앱을 가끔 만지작거렸다. 활용할 줄 모르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약간’ 작용했다. 이미지 생성 AI 앱 사용에도 도전했다. 주문(프롬프트)을 제대로, 구체적으로 입력했는데도 동양인 특히 동아시아인 얼굴을 잘 만들어내지 못했다. 데이터 부족이려니 했다. 그 무렵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된 개인 사진들이 SNS를 휩쓸었다. 삐딱한 생각이 먼저 스쳤다. ‘아예 공짜로 학습을 시켜주는구나.’ 기사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쓴 기사와 제목을 학습시키면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등의 얘기를 내부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터라 더 마뜩잖았다. 저작권 유관 단체들이 AI 학습 과정에서의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 문제를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저작권자인 기자와 창작자 개인들이 스스로 AI를 학습시키고 있는 이율배반 상황은 ‘웃펐다’.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제정과 관련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이 발언 기회를 얻어 “AI 투명성 확보 의무조항에 생성형 AI 개발·활용을 위해 사용된 창작 행위 관련 학습 데이터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데도 법안이 법사위에 올라갔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문체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AI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다른 법률과의 관계, 인권과 안전, 국방 또는 국가안보 관련 내용, 문제 발생 시 권리 구제절차 등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법사위원들은 일단 제정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시행령과 다른 법을 정비하자면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12월 30일 본회의를 거쳐 올해 공포됐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경쟁력을 가진 AI 생태계 조성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AI 관련 인력과 데이터처리센터 등의 물리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신뢰성 높은 신문·방송·출판·사진·미술·음악·학술 등 각 분야의 창작물(데이터)은 필수다. 정확한 정보를 학습하지 못한 AI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엉뚱한 정보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거짓을 사실처럼 제시하기도 한다. AI 기업들은 지금도 매일 새로운 기사와 창작물을 수집·학습 중이다. 학습은 계속되는데, 창작자는 보상은커녕 미비한 법 때문에 제대로 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미 개발한 AI 앱의 법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어느 기업은 ‘모르쇠’, 일부 기업은 ‘꼼수’를 쓰고 있다. 출처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광범위한 수집을 하고도 몇몇 저작권자와만 저렴한 금액으로 계약하는 식이다.
AI기본법 제정 당시 후속 과제로 미뤘던 창작자 권리 보호 조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AI기본법 시행령과 저작권법 등에 법 제정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출처 표기, 집단 협상권 보장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이는 창작자와 사용자의 알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투명성이다. 창작자가 제공한 데이터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AI 기술은 인류의 도구이자 미래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AI 강국’,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도구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활용된다면 AI는 오히려 문화를 파괴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정당한 보상체계 없이 계속해서 AI 학습 무임승차를 허용한다면 AI가 학습할 창작물을 구하지 못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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