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007년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2021년을 제외하면 줄곧 200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증시 부양을 통해 국민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으면서 투자자와 유권자를 분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되고 각 당 후보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한 공약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증시 부양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이 후보는 소액주주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구조 개혁에, 김 후보는 대주주와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에 방점을 둬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주가지수가 오르지 못하는 원인을 구조와 제도의 문제에서 찾았다. 이를 해소하면 주가지수 5000 시대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소위 주가순자산비율(PBR) 0.1~0.2배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빨리 청산하면 이론적으로 10배 남는 장사 아니냐”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평가 종목을 주식 시장에서 강제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소액주주 보호에도 방점을 뒀다. 단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에 가담하면 증시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지배주주의 행위를 근절하는 제도 등을 마련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회사가 아닌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을 다시 추진해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 후보는 세제 혜택을 통한 장기투자 유도에 무게를 둔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주식이나 펀드를 장기 보유해도 세제 혜택을 줘 시중 자금이 자연스럽게 증시로 향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투자자가 주식을 오래 보유해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대통령 직접 해외 투자 IR(기업설명회)도 김 후보만이 내세우는 공약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암호화폐 시장을 육성할 관련 법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두 후보가 같았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문제의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청한 자본시장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제시한 PBR 0.2~0.3배 퇴출에 대해 “지금도 상장사 퇴출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는데 단순 PBR만 가지고 퇴출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가 제시한 대통령 IR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시장 변화가 중요한데, 대통령이 간다고 해서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실적을 개선할 근본적인 해법이 담겨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포함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후보와 김 후보의 공약) 대부분이 무난한 공약이고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자본시장 선순환을 돕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만한 공약이 아닌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액주주에 친화적인 공약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공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특별한 증시 부양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 측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어 시장 제도를 당장 바꾸기보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산증식 공약으로 고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5000만원을 연 1.7%로 빌려주는 ‘든든출발자금’이라는 정책금융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 진학 학생만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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