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의 대규모 유심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18일 사고 발생 이후 19일 만이다. 최 회장은 후속 조치로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보안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킹 사고로) 고객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SK그룹을 대표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과 이후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추가적인 고객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SK그룹 전 계열사의 보안체계를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저희에게 안보이자 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킹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교체 유심 부족 문제로 인해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고객의 위약금 면제 요구와는 거리를 두었다. 최 회장은 “(가입 조건이 서로 다른 고객 사이)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 검토가 남아있다”며 “면제 여부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논의 중인데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보니 드릴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가능한 고객의 100%가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와 S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이용자 200만명 중 해외 로밍 서비스 이용으로 가입이 불가능한 인원을 제외하고 총 2411만명이 가입을 완료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까지 유심보호서비스와 해외 로밍 서비스의 중복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완료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유심 교체를 완료한 고객은 이날 기준 107만명에 그쳤다. SK텔레콤 측은 주문한 유심의 공급이 본격화되는 다음 주부터 교체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딘 유심 교체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오는 10일까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던 유심 초기화(포맷) 방식 역시 기한 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심 물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객 영업은 지속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중단한 신규 가입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희섭 SK텔레콤 부사장은 “(이달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모든 가입자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유심 공급 안정화, 이심(eSIM) 셀프 개통 절차 간소화 조치가 이루어지면 재개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아들여 가입을 중단한 만큼 재개 시점도 정부와 협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킹 사고 발생 이후 6일까지 SK텔레콤 가입자 24만8000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으며 가입자 순감 규모는 20만명을 돌파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