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스페인에서 야권이 페드로 산체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는 29일(현지시간) “원전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보수 진영이 원전 가동 시기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보수 제1야당 국민당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지난 28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의 원인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목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복스의 호세 마리아 피가레도 대변인은 “전국에서 정전이 발생해도 정부는 원전 폐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당 소속인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는 “원전은 유사시 전력 수급에 필수적”이라며 “이제 원전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체스 총리는 “원전은 다른 전력 공급원보다 탄력적이지 않다. 원전 의존도가 지금보다 높았다면 정전 사태를 복구하는 속도가 지연됐을 것”이라며 “원전 부족이 정전 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거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 대표인 산체스 총리는 2018년 집권한 뒤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을 높이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지난해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56%로 끌어올렸다. 현재 전력의 20%를 책임지는 원전은 2035년까지 완전히 폐기할 방침이다.
스페인 기상청은 극심한 기온 변화가 초고압 송전선에 진동(유도 대기 진동)을 일으켜 정전을 유발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이상 대기 현상이나 급격한 기온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은 배제한 채로 정전 사태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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