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양대 실험실에서 황산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학생 4명이 다쳤다. 대학 연구실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0분쯤 한양대 신소재공학관 연구실에서 황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약 1시간 만에 꺼졌지만 실험하던 학생 1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어 크게 다쳤다. 학생 3명은 경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학생 50여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황산액을 폐기하는 중에 폭발 사고가 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황산은 증기 흡입 시 심각한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피부와 접촉하면 심각한 괴사를 유발하는 위험물질이다.
대학 내 연구·실험실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4년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 보고서’는 지난해 대학 연구실 사고 발생률이 24.8%로 연구기관(17.3%)이나 기업부설연구소(1.2%)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사고 발생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이 제정된 뒤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됐지만 현장의 안전의식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실 책임자 및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 지정, 연구실 안전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지방대학 시설관리자는 “현실적으로 안전환경관리자 한두 명이 1만명 넘는 인원 규모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대학원생 이모(28)씨는 “정해진 기간까지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쫓기는 마음으로 보통 오후 9시까지, 늦게는 자정까지 실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험이 바빠지면 위험물질 폐기물이 쌓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낮에는 교수들이 실험 관련 안전지도를 해주지만 저녁 시간대에는 대학원생만 모여 있어 경계심이 풀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전 관련 교육도 유명무실하다. 대학원생 신모씨는 “매 학기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듣지만 제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교육이 끝난 뒤 푸는 ‘퀴즈’도 상식 수준에서 나오기 때문에 화면을 켜두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제도를 현장에 잘 안착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정환 전 전국대학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협의회장은 “안전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 관련 교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최원준 이서현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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