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건국 초기 70여년 간 연방 정부 재정의 90% 이상을 관세 수입에 의존했다. 관세법은 미 의회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선출한 1789년에 제정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재무부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세수 증대와 국내 산업 보호가 관세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신생 독립국 미국의 경제는 유럽의 강대국들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미국의 1790년 국내총생산(GDP)을 1990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2억5000만 달러로, 당시 영국(20억 달러)의 8분의 1, 프랑스(28억 달러)의 11분의 1에 불과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1828년에는 관세가 50% 인상되기도 했다.
미국은 남북전쟁(1861~1865년)을 치르면서 탕진한 국고를 메우기 위해 소비세 등 새로운 세금을 도입했다. 국가 부채가 전쟁 이전의 40배인 27억 달러로 늘어나자 관세만으로는 나라 살림을 꾸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할 만큼 관세 의존도가 높았다.
1929년 미 증시가 대폭락하자 또다시 강력한 관세법이 등장했다. 미 경제가 얼어붙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자 위기 수습책으로 나온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이름을 딴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던 이들의 장담과 달리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보복 관세로 맞서자 미국의 수출은 반 토막이 났다. 관세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10년 이상 대공황에 빠졌다. 이 기간 미국에서만 굶어 죽은 사람이 수백만명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들고나오자 95년 전 대공황의 공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전형적인 ‘미치광이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가별 협상에서 더 많은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의 약점은 상대에게 그 의도를 간파당하는 것이다. 미치광이 짓을 쇼로 생각하면 대응책이 떠오른다. 설마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미쳤겠는가.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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