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은 관세 부과로 연간 6000억 달러(882조8400억원) 세수 증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수입은 고스란히 외국 수출업체들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관세는 통상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관세의 상당 부분을 물게 된다.
피터 나바로(사진)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로 “연간 약 6000억 달러, 10년 동안 약 6조 달러(8828조원)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일 발효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만으로도 연간 1000억 달러(147조원)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20%의 보편관세 부과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10년간 약 6조5000억 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나바로 고문은 관세 부과로 인한 수입이 “중산층을 위한 미국 역사상 최대 감세”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WSJ는 1일자 사설에서 “현실 경제에서 관세는 세금”이라며 “연방정부가 연간 6000억 달러의 (관세) 수익을 올린다면 그 금액을 민간 경제의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관세가 세금이 된다는 가장 최근의 증거로 자동차 관세 부과로 인한 자동차 가격 인상을 들었다. 또 트럼프 집권 1기 때 세탁기에 대한 관세 인상 이후 세탁기 가격이 거의 1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관세로 연간 6000억 달러의 세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금 인상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세금 인상을 좋아하는 민주당도 이렇게 큰 폭의 세수 강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인들은 관세가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물가 상승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3월 소비자심리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2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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