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숙고가 길어지는 상황을 놓고 결정문 초고는 완성됐고 재판관들이 절차적 쟁점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의에서 일부 이견이 있는 쟁점을 놓고 전원일치 의견 도출을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사건 변론이 종결된 지 19일이 지난 만큼 결정문 초고는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쟁점마다 판단이 다른 여러 종류의 인용 및 기각 결정문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헌법연구관은 “재판관 속마음이 어떻든 ‘법리적으로 이런 논리는 인용론 또는 기각론에 나오면 안 된다’며 평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연구관들에게 보완 지시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담 태스크포스(TF) 소속 연구관들은 재판부 지시에 따라 결정문 초고 수정작업을 이어간다. 다만 최종 결론이나 시점은 헌법연구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당시 재판관들은 인용, 기각 두 종류의 결정문 초안을 돌려보며 검토를 마쳤는데 마지막 평결 때까지 서로 어떤 선택을 할지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선고기일 당일 오전 최종 평결이 진행됐다. 몇 대 몇인지 결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다만 최종 평결 이전 각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평의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다른 재판관의 의견이나 입장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헌재 평의는 재판관들이 각 쟁점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또는 보류하겠다고 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의견이 갈리는 쟁점이 있을 경우 연구관에게 추가 연구를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일부 쟁점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전원일치를 위한 설득 과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평의를 하며 각자 의견을 얘기하기 때문에 최종 평결 전 재판관 의견의 윤곽은 잡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쟁점에 대해 다른 의견의 재판관이 있다면 ‘여기서 국론이 더 분열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설득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8인 재판관 체제에서 6대 2, 7대 1로 의견이 갈린 상황이라면 소수를 설득하는 과정이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 안팎에선 윤 대통령 측이 ‘형법상 내란죄 철회’ 등 절차 문제를 집중 지적한 만큼 이에 대한 막바지 연구가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헌법연구관은 “이런 중대 사건에선 인용 또는 기각 결정문을 계속 업데이트하다 최종 시점에 평결을 하고 결과에 맞춰 결정문들을 재조합한다”며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대한 보안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직전 결정문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주 초반 선고는 어렵고 중후반인 오는 21일쯤 선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형민 나성원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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