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포털’ 네이버가 별도의 쇼핑 앱을 12일 선보인다. 그간 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의 쇼핑 앱 출시를 주시해왔다.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쿠팡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국내 선두 포털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운 네이버가 압도적인 매출 1위 쿠팡을 밀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따라잡지 못할 것인지 향후 경쟁 구도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사전 예약 이벤트에 약 40만명이 몰렸다. 쇼핑 지원금으로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만원 지급을 약속하자 6일 만에 트래픽이 급증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쿠팡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초개인화’를 앞세우고 있다. 인공지능(AI) 구매 가이드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검색하면 상품은 물론 관련된 생활 정보까지 제공한다. 뉴스,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한다는 게 특징이다.
쿠팡의 새벽배송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면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했다. 네이버는 배송형태 다양화로 틈새시장까지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 배송 등으로 나누고 물류 인프라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이용한다. NFA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물류업체와 품고·파스토 등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물류 연합’의 형태다. 유료 멤버십에 회원을 묶어두는 쿠팡의 강력한 유인책 중 하나인 무료반품·교환서비스도 도입한다.
네이버의 본격 시장 진출은 업계를 긴장시키지만 쿠팡의 압도적인 우위를 단숨에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2901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매출은 10조7377억원이었다. 다만 거래액으로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쿠팡의 연간 거래액은 55조861억원이고, 네이버 50조1000억원으로 둘 다 50조원대에 이른다. 직매입뿐 아니라 오픈마켓을 통한 거래를 포함한 규모다. 네이버의 직매입 규모가 작은 점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삼는 업체가 쿠팡보다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앱 이용자 수를 따져 보면 네이버가 우세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네이버가 4417만명으로 쿠팡(3293만명)보다 1000만명 이상 앞섰다.
업계 반응도 엇갈린다. 국내 1위 포털의 내공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반응과 쿠팡의 저지가 막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존한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규모 있는 셀러, 검색 포털이지만 사실상 유통업체로서 역할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며 “IT기업으로서 기술 측면에서 뒷받침해줄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쇼핑 부문만을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 대해 “가품 논란 등 판매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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