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평균 거래가격이 높아지는 등 연초부터 과열 신호가 잇따른다. 서울시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더해지면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 연일 폭등 움직임이 관측된다.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후 집값 상승률이 미미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매도 및 매수 희망자들은 과열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3859건이다. 신고기한이 3주 이상 남았지만 1월(3327건)은 물론 지난해 10월(3844건) 거래량도 넘어섰다.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 8일 기준 12억8483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도 감지된다. 지난 1~2월 아파트 거래 중 절반 이상이 상승거래였다.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이달 7일까지)된 서울 아파트 거래의 55%가 지난해 11~12월 거래 가격보다 상승했다. 구별로는 서초구 상승거래 비중(71%)이 가장 높았고, 관악(69%) 광진(68%) 마포(65%) 중(64%) 송파(63%) 강남·성동(58%) 등이 뒤를 이었다.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는 약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첫째 주(3일 기준)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전주 대비 0.68% 폭등하며 2018년 2월 첫째주(0.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송파구에서 아파트를 내놓은 이모씨는 “최근 한 젊은 부부가 집을 사겠다고 했는데 보류했다”며 “‘한번 본 사람이 덜컥 산다고 하면 집을 싸게 내놨다는 증거다. 상승장 초입이니 기다리라’는 조언을 받고 결국 미뤘다”고 말했다.
삼성·대치·청담동이 있는 강남구도 전주 대비 0.52% 오르며 2018년 9월 첫째주(0.56%) 이후 약 6년반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토허제 해제 지역 외에도 서초(0.49%) 성동(0.08%) 용산(0.10%) 마포·광진(0.11%) 강동(0.10%) 등이 전주 대비 상승을 이어갔다.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내고 “잠삼대청 아파트 305곳의 토허제 해제 전후 실거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전체 거래량은 해제 전 78건에서 해제 후 87건으로 9건 증가했다”며 “전용면적 84㎡ 기준 거래량은 1건 증가했고, 평균 매매가격도 26억9000만원에서 27억1000만원으로 상승률이 미미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 자료는 토허제 해제 전후 22일간만 조사한 것으로 현재진행 중인 과열을 반영하긴 충분치 않다. 2월 거래 신고기한은 이달 말까지이고, 호가도 뛰고 있다. 타지역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가뜩이나 서울 공급부족, 금리인하 후 가격급등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갭투자 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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