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일한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이달 문을 닫는다. 2014년 설립 이후 20여명의 외상 전문의를 육성·배출했는데, 올해부터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11년 만에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대구로병원은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를 이달 28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는 그간 외상 전문의 수련에 필요한 훈련비 등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매년 2명가량 국가 장학 외상 전문의를 육성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억원 가량 투입된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되면서 해당 사업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병원 측은 수련센터 운영만 중단되고, 중증외상환자 진료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증외상 전문의는 교통사고, 총상, 추락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다. 대표적인 중증외상 전문의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꼽힌다. 이 병원장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당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며 중증외상 분야를 새롭게 알렸다. 2014년에는 고대구로병원이 서울 지역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 수련병원으로 선정돼 국내 최초로 수련센터를 설립했다.
보건복지부의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 예산은 2020~2023년 11~14억원이 배정됐지만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5억원 이상 삭감된 상태였다. 복지부는 중증외상 센터 지원 예산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예산을 부활시켰지만, 연말 증액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중증외상 전문의를 지도하는 김재훈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병원은 사실상 외상센터 기능을 해왔다”며 “인구 1000만명이 모여있는 서울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제외하면 외상센터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시설과 인력을 갖춘 채 외상 환자 치료를 경험할 수 있는 수련 기관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이정헌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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