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가자지구는 물론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가 환희에 휩싸였다.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뒤늦은 평화가 이미 희생된 이들의 생명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슬픔,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의 막막한 삶, 6주에 불과한 휴전 이후 언제 포성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팽배했다.
15개월이나 하마스에 억류됐던 인질들의 송환을 기다리는 이스라엘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사망하거나 다친 인질의 가족을 위로했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전하며 “이들이 폐허 속에서도 기쁨을 만끽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한 시장에서 휴전 축하 퍼레이드가 벌어졌다”면서 “타악기 타블라의 소리에 맞춰 군중은 일제히 휘파람을 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폭격 희생자들을 치료해온 가자지구 병원들 마당에서도 축하 집회가 열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주민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신에게 감사한다. 비극은 끝났다”고 환호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가자지구 곳곳에서 축포가 울리자 안전을 우려해 축포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쟁 중 가족 여럿을 잃었다는 한 난민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추모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 건 기쁘지만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덟 차례나 거처를 옮겨 다녔다는 다른 난민은 “휴전은 기쁘지만 또 지금부터 이어질 고통과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슬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단체는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으로 휴전을 환영한다”며 “재작년 11월부터 이 순간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할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며 “협정의 모든 단계가 즉각 이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질 가족 중 우익 성향 일부 인사들이 만든 단체는 휴전 반대 성명을 내고 “이번 협상은 다음 학살과 추가 인질 발생의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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