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정확히 50년이 지난 1542년. 스페인 제국에 의해 고용된 포르투갈 탐험가 후안 로드리게스 카브리요는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발을 디딘다. 그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해안에 도착하자 이 지역을 샌 미겔(San Miguel)이라 불렀다. 지금의 샌디에이고(San Diego)다. 항해를 이어간 그는 안개가 자욱한 만에 도달했는데, 이곳을 ‘안개의 만’이라는 뜻의 바히야 데 로스 퓨모스(Bahia de Los Fumos)로 명명했다. 지금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다.
로스앤젤레스란 이름은 스페인 군대가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포르시운꿀라 강에 있는 천사들의 여왕인 성모의 마을(El Pueblo de Nuestra Senora la Reina de los Angeles del Rio Porciuncula)’이라고 불린 데 유래했다. 멕시코가 지배했을 당시에는 ‘시우다드 데 로스 앙헬레스(Ciudad de los Angeles·천사들의 도시)’라 불렸다가 미국령이 되면서 로스앤젤레스로 축약해 불렸다.
미국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은 1848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다. 과달루페 이달고 조약에 따라 현재의 캘리포니아·네바다·유타 전체, 애리조나 대부분, 뉴멕시코 절반, 콜로라도의 4분의 1, 와이오밍의 일부가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1970년대 후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세샘트리오의 ‘나성에 가면’에서 나성(羅城)은 로스앤젤레스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지난 7일 시작된 LA 산불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15일까지 도합 153.1㎢를 태웠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4배가 넘고, 서울시 면적 대비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화재로 소실된 건물만 1만2000여채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적 손실액은 100조~4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LA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수백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했다. 샌타애나로 불리는 ‘악마의 바람’이 ‘천사의 도시’를 연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바람이 잦기만 기원할 뿐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